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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한달] 파운드화·런던 부동산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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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효과 제한적…부동산 '거품' 당분간 부담

[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 한 달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과는 영국은 물론 국제 금융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지만,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를 보였다. 충격파의 영향은 단기보단 장기로 전개될 것이란 쪽에 의견이 모였다.

일단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글로벌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더해 영국 부동산 펀드들이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제 2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날 것 같은 우려감마저 안겨줬다.

브렉시트(6월 23일 이후) 지난 19일까지 글로벌 자산 수익률 변화 (●표시) <자료=도이체방크>

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시장 안정화 의지를 선언하면서 영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영국 대표 주가지수인 FTSE100 지수는 브렉시트 이후 상승했고 브렉시트 취약 지역으로 분류됐던 신흥국 증시와 통화는 오히려 랠리를 펼쳤다.

21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런던과 뉴욕을 중심으로 한 주요 경제금융 매체 보도를 종합한 결과, 전문가들은 최근 랠리를 단기간의 소강 국면일 뿐 앞으로 브렉시트를 둘러싼 후폭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전문가나 외환전략가들은 파운드화 약세가 장기적으로 불가피하고, EU 탈퇴에 따른 교역 위축이 영국 경제를 옥죌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초저금리로 거품이 발생한 부동산 시장이 이번을 계기로 가파른 하락 추세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출했다.

(파란색) 영국 FTSE 100지수 (검은색) 파운드/달러 환율,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파운드 약세… 도이체·속젠 "1.15달러/1.20달러"

우선 파운드화의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대다수는 장기적으로 파운드가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경상수지 적자폭(국내총생산(GDP)의 6.9%)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데다 경제 성장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파운드화 자산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약세 전망을 지지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발발하기 전 영국의 파운드화는 뚜렷한 방향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진한 경제 성적(1분기 경제성장률)마저 압도하며 반등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4월 말 파운드는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 큰 그림으로 보면 최근 파운드화는 2008년 금융위기 30% 절하를 기점으로 하락 추세를 밟아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예로 들며 파운드화가 구조적인 약세 추세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소시에테제네랄과 도이체방크는 브렉시트 이후 보고서를 통해 파운드/달러 환율이 최대 1.20달러, 1.1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란은행이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서고 정부가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단기적인 파운드화 약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파운드/달러 환율 10년 추이 <자료=세인트루이스연준>

◆ 환율 효과 기대? "No"…IMF "영국 GDP 6.5% 축소"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와 유로화에 대해 각각 10%씩 하락한 파운드 가치가 오히려 영국 수출에 훈풍이 돼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과거 1992년 영국의 유럽환율메커니즘(ERM) 탈퇴 당시 파운드화 가치는 1992년 9월부터 1993년 2월까지 달러 대비 30% 하락했다. 이후 영국의 제품과 서비스 수출은 92년 9월부터 30개월 간 45%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율 효과는 이제는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성적으로 변해버린 글로벌 수요 둔화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09년 초반까지 금융 위기 하에서 파운드는 달러에 대해 30% 하락했지만 리먼 사태 이후 10분기 동안 영국 수출은 13%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은(IMF)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수출품이 대부분 중간재인 탓에 통화 약세가 나타나도 수출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수출 기업 대부분이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어 환율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출 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의 위축 전망도 영국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 산업은 총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루에 2조달러에 이르는 외환 거래가 영국에서 이뤄진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패스포팅(PassPorting; EU의 한 회원국에서 사업 인가를 얻으면 다른 EU 국가에서도 영업할 수 있는 권리)'권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사업 거점 이동을 고려하고 있다. JP모간은 투표에 앞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400명의 영국 직원들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할 수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영국의 EU탈퇴가 현실화하면 경제는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경제는 최악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5.6%가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과 제조업 부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량 감소로 재정 수입 역시 줄어 재정 정책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영국의 EU 탈퇴시 비관세 혜택 등 무역 특권을 잃게 되면서 최소 145억파운드(약 24조3000억원)이 비용으로 추가 돼 EU 무역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 영국 부동산 25% 폭락 예상… 일각선 "투자 기회"

영국의 부동산 시장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부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무려 9% 가량 상회하던 상황에서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가세했다.

영국 주택가격 지수 5년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스탠다드라이프를 비롯한 6개 상업용 부동산 펀드(CRE)들이 환매 중단에 나섰다. 지난주까지 전체 개방형 CRE펀드의 40%가 넘는 규모인 180억파운드가 동결됐다. 애버딘 자산 운용은 펀드 환매를 허용했지만, 펀드 가치를 17%나 삭감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부동산 시장이 '버블'을 이루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은 브렉시트 투표를 계기로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07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이 같이 부동산 펀드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수많은 런던의 부동산들이 '헐값'에 팔리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 부동산 가격은 최대 40% 폭락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분석가들은 영국의 주택 공급량과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경우 영국의 상업용부동산 가격은 단기적으로 25%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런던의 사무실 공실률은 3~3.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외국계 금융 기관들이 영국을 떠남에 따라 공실률은 8%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캐피탈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한편, 파운드화 약세와 부동산 가격의 급락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픽텟 올터너티브 어드바이저스(Pictet Alternative Advisors)의 니콜라스 캠피치 대표는 CNBC뉴스에 출연해 "런던 고급 부동산 가격이 과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올라있어 추가로 하락이 예상된다"면서도 "가격이 하락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환매를 중단하는 일부 부동산펀드도 결국 정상적인 영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초저금리에 영국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보다는 '부가가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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