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관리 수요 흡수 기대" vs "코스피200 선물 해외수요 뺏길 것"
[뉴스핌=이보람 기자] 한국거래소가 '유로스톡스50(Eurostoxx50)' 지수 선물의 국내 상장을 시작으로 해외 파생상품 교차상장에 물꼬를 텄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위험 관리가 보다 쉬워지고 거래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해외파생상품 상장 '물꼬'…위험관리 용이·거래비용 절감 기대
유럽파생상품거래소 유렉스(Eurex)의 가장 유명한 상품인 유로스톡스50 지수 선물이 2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원화로 해외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된 첫 사례이자 유로스톡스50 지수 선물의 해외시장 첫 상장이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는 올해초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생상품의 해외 교차상장을 추진해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올해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거래소는 유렉스와 유로스톡스50 선물과 미니코스피200 선물을 각각 상대 거래소에 교차상장하는 계약을 지난 4월 체결했다. 미니코스피200 선물은 계약크기가 코스피200 선물의 5분의 1로 축소된 상품이다.
유로스톡스50 선물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로존 12개국의 주요 업종 가운데 50개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되는 지수다. 국내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현재 유로스톡스50 관련 ELS 발행잔액은 43조원 규모다. 우리나라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해외 파생상품이기도 하다.
거래소는 해당 상품이 국내 시장에 상장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현재 해외 파생상품 거래 위탁수수료는 국내 파생상품 보다 3배 가량 높다. 실제 코스피200 선물의 경우 투자자가 부담해야하는 위탁수수료는 한 계약당 최소 3650원이지만 유로스톡스50 선물의 수수료는 약 1만원 수준.
또 유럽 정규 시장이 닫혀있는 동안 발생하는 아시아 시장의 주요 경제 이벤트 등이 국내 선물 시장에 곧바로 반영돼 이와 관련한 위험관리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결제일과 최종결제가격, 호가가격단위 등 주요 거래제도를 유렉스에 상장된 유로스톡스50 선물과 동일하게 설정해 가격 괴리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환율 변동 위험 노출 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긍정적 기대감에 거래소는 앞으로도 인도 선섹스(Sensex)지수, 홍콩 H지수 등을 활용한 파생상품의 교차상장을 해당 거래소와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대만, 러시아 등과도 파생상품 교차 상장 등을 고려한 협력 방안을 논의중이다.
거래소측 관계자는 "향후에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거래소와 협력 사업을 꾸준히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외선 교차상장보다 연계거래 등 선택…'소탐대실' 지적도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파생상품으로 꼽히는 코스피200을 내 준 교차상장이 오히려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투자수요를 빠져나가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렉스에서 유로스톡스50을 내준 건 해외서도 인정받고 있는 코스피200 선물 거래수요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이 유렉스에서 코스피200 선물을 거래할 수 있다면 굳이 우리 거래소까지 올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로스톡스50 역시 국내보다 해외서 거래하는 게 편리할 것"이라며 "결국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거래하는 것 보다 규모가 더 큰 해외 투자 수요를 빼앗길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외국인투자자의 코스피200 선물의 일평균 거래량은 8만9775계약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유로스톡스50 선물을 거래하는 규모는 같은 기간 2만1152계약이다.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충분히 타당하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교차상장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도 교차상장에 대한 실익이 크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해외 거래소들은 파생상품의 유동성 확대를 위해 교차상장보다는 주로 자체매매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해 24시간 거래시스템을 만들거나 관련 거래소들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연계거래 방식을 도입해 왔다"며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코스피200선물에 대한 연게거래를 도입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또 "거래소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차상장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알짜' 시장인 코스피200 선물에 대해 해외거래소와 유동성 경쟁을 해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초기 유동성 확보 문제 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문제는 양측 거래소 모두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한국거래소의 입장이다.
김도연 파생상품시장본부장보는 "유동성 이탈의 문제는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두 거래소 모두 위험을 안고 가져가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서로 양해키로 했다"며 "이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실행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냐"고 답했다.
이어 "한국거래소는 교차상장 논의시 정규 거래시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세워두고 있어 기존 시장의 유동성 이탈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초기 유동성문제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통해 해결하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