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IFRS4 2단계 도입 로드맵 밝혀달라"
[뉴스핌=이지현 기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앞서 각 보험사들이 미리 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손보사 CEO들과 비공개 오찬 간담회를 갖고, IFRS4 2단계 제도 도입과 관련해 논의했다.
IFRS4 2단계는 2020년 한국에 도입될 예정인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다. 골자는 보험사 부채의 시가평가로, 제도 도입시 보험사들의 부채(책임준비금)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부채 확대에 대비해 40조원 가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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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17개 손해보험사 CEO들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이지현기자> |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날 간담회의 화두 역시 IFRS4 2단계였다. 진태국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이 IFRS4 2단계 제도를 보험사 CEO들에게 설명하고, 현재 금융당국의 제도 관련 진행 상황 등을 공유했다.
그 동안 IFRS4 2단계와 관련해서는 금융감독 당국이 보험사 실무자들과 주로 접촉했는데, CEO들에게 제도를 직접 설명하고 주도적으로 자본 확충을 할 수 있도록 당부하는 자리를 만든 것.
진웅섭 금감원장은 "생보업계와 마찬가지로 손보업계 CEO들에게 IFRS4 2단계의 진행 상황에 대해 말씀 드리고 업계 의견을 들었다"며 "앞으로 업계와 감독당국이 협력해 제도가 지혜롭게 정착되도록 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금감원 관계자는 "IFRS4 2단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시간이 주였다"며 "각 손보사들에게 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해 열심히 준비해줄 것을 주문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계도부담을 느끼는 만큼 금융감독 당국도 제도 관련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겠다는 내용도 공유했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감원장과 보험업계 CEO들이 만난 자리는 이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9일 생보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부채 증가에 대비해 자본확충 계획을 수립하고 결산, 상품개발 등 전산처리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손보사의 경우 과거 높은 수준의 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보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은 적어, 이날 회의에서는 생보업계 간담회와 달리 철저한 준비를 주문하지는 않았다는 분위기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IFRS4 2단계가 손보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일부 준비가 부족한 회사들에만 잘 준비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중소형사 같은 경우는 독자적으로 준비를 할 수 없다면 보험개발원을 통해 도움을 받으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IFRS4 2단계 도입에 앞서 보험사들의 책임준비금 확충 노력 등이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국과 업계 모두 아직 이른 판단이라는 입장이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앞으로 4년 시간이 있고, CEO들도 이에 대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제도가 합리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얘기했다"며 "아직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손보업계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게 준비계획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은 보험사 내부적으로만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독 당국의 로드맵이나 스케쥴이 정확히 나오면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