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즈인더트랩'이 종영을 앞두고 분량과 내용 전개에 대한 원작팬 불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웹툰 '치즈인더트랩'·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이지은 기자]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시작했던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가 단순한 삼류 로맨스 삼각관계로 변해버렸다. tvN ‘치즈인더트랩(치인트)’ 이야기다.
지난 1월4일 우려의 목소리 속에 시작한 tvN ‘치인트’가 종영을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작 전부터 주인공 캐스팅 문제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이 드라마는 일단 호평을 받으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하지만 종영이 다가올수록 사그라졌던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과 시어머니의 합성어)’들의 불만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원작인 웹툰 ‘치인트’는 20대 대학생 홍설의 생활 속 비애와 더불어 유정을 둘러싼 미묘한 관계를 그렸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박해진(유정 역)과 김고은(홍설 역), 서강준(백인호 역)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중반부로 가면서 치어머니들의 잠잠했던 심기를 다시 건드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남자 주인공 유정 캐릭터의 분량이 눈에 띄게 축소됐다는 점이다. 또 홍설을 둘러싼 백인호, 유정의 삼각관계에 이야기가 치중됐다. 이는 단순히 누군가의 분량이 적다, 혹은 많다거나 러브라인이 시작됐다는 문제가 아니다. 드라마의 본질인 ‘로맨스릴러’의 성격이 흐려졌고, 스토리 전체가 흔들렸다는 게 뼈아프다. 아울러 원작과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던 이윤정PD에 대한 신뢰도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정과 홍설이 가까워질수록 하나둘씩 생겨난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어느 순간 백인호의 힘든 과거와 사랑 이야기로 변했다. 갑작스레 변해버린 전개로 스릴러는 사라지고 여느 드라마와 같이 차별성 없는 로맨스만 남아버리는 결과가 돼 버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아직 결말이 나온 웹툰이 아니기에, 종영을 앞둔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tvN 측은 “드라마만의 결말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남은 2회와 결말을 끝까지 지켜봐 달라”며 제작진의 의견을 전달했다. 제작진의 해명에도 내용 전개는 이미 산을 타고 있다. 23일 방송된 ‘치즈인더트랩’ 방송 말미에 공개된 15회 예고 영상에서 여주인공 홍설이 교통사고가 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에 “대작을 망작으로 바꾸는 건 한순간”이라는 굴욕적인 말까지 나온 것이 지금 ‘치인트’의 현실이다. 아울러 네티즌들은 “결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 주인공에 대한 기본 예의가 없다” “제작진은 박해진 씨에게 석고대죄라도 해야 할 듯”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
'치즈인더트랩'에서 김고은과 러브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박해진과, 그런 김고은을 짝사랑하는 서강준 <사진=tvN '치즈인더트랩' 캡처> |
이렇게 치어머니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상 ‘치인트’는 남자 주인공 박해진이 연기하는 유정 캐릭터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웹툰에서도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이중적이고 미스터리한 유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 남을 무력화 시키는 이중적인 유정과 그의 본색을 알아차린 홍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홍설의 속을 눈치 챈 유정이 의도적으로 접근하면서 생기는 미스터리한 일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애정으로 변하는 것이 웹툰의 주요 이야기다.
백인호는 유정을 이중적으로 만든 장본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에서 서로에 대한 진심을 오해하고 갈등을 겪는 인물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유정과 백인호의 갈등을 러브라인의 한 가닥으로만 악화시키고 있다. 해결은커녕, 갈등의 골만 깊어가는 드라마가 단 2회 만에 어떤 결말을 내놓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반 사전제작으로 촬영이 시작된 ‘치인트’는 이미 지난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다. 안타깝게도 지금 쏟아지는 비난과 비판을 수용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유정으로 인해 탄생한 드라마에서 유정을 과감히 빼버렸다. 때문에 원작을 잘못 이해한 제작진의 결정적인 실수라는 혹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돌이키기엔 늦었지만, 남은 2회에서는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개로 지금까지의 논란을 씻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