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다큐스페셜' 면사포를 쓴 어린 소녀들, 비참한 난민 실상·조혼 풍습 '소녀들 인권은 어디로?'
[뉴스핌=양진영 기자] 'MBC 다큐스페셜'에서 면사포를 쓴 어린 소녀들의 기구한 사연을 소개한다.
터키 해변가에 엎드려 죽은 채 발견된 시리아 소년 쿠르디는 전쟁을 피해 그리스로 향하던 중 3살의 나이에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아이들이다.
여기에 가난과 종교적 관습까지 겹쳐 지구촌 곳곳 소녀들이 강제 결혼과 조혼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조혼을 한 소녀 지금까지 7억 명, 지금도 2초마다 1명씩 어린 신부들이 면사포를 쓰고 있다. 교육의 기회조차 차단된 채 고된 노동과 조혼으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네팔의 소녀들, 어린이가 아닌 아내로 살아야 하는 지구촌 곳곳 소녀들의 삶을 통해 소녀들의 인권과 더 나은 삶을 고민해본다.
레바논의 샤틸라 캠프. 이곳 난민촌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드라마 속 주인공 이민호에 푹 빠져있는 12살 시리아 소녀 디마가 살고 있다. 수학을 좋아하고, 방과 후 친구들과 축구를 즐겨하는 평범한 소녀였던 디마의 꿈은 자신의 고모처럼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는 것, 그러나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디마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2013년 4월 디마는 부모님과 함께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넘어왔으나 아버지는 시리아에 있는 집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디마와 엄마 둘이서 살고 있는 난민촌의 3평 남짓한 집은 한 달에 300불. 원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살던 곳에 시리아 난민들까지 몰려들면서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엄마가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가지만 딸의 학비까지 감당하느라 엄마는 고민이 많다.
그런 디마에게 혼담이 들어왔다. 엄마는 디마를 계속 공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딸을 결혼시키는 것뿐이라는 것을 안다. 약혼을 하게 된 디마, 엄마는 신랑에게 받은 지참금으로 딸이 평소에 사고 싶었던 신발을 사준다. 새 신발에 마냥 행복해하는 디마는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해 알고 있을까.
디마의 엄마는 "전쟁 없이 계속 시리아에서 살았더라면, 딸이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겠죠. 제 딸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요. 우선 학업을 끝내야 하잖아요. 하지만 지금 여기는 상황이 어려워요. 저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고 있고, 매달 텐트 비용을 대는 것조차 어려운 형편이에요"라고 말했다.
시리아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베카 밸리의 시리아 난민촌. 시리아 이들리브에 살던 14세 소녀 파티마는 2012년 12월에 이 곳에 도착했다. 장녀인 파티마가 먼저 두 동생들과 함께 산을 넘어 온 후, 엄마가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와 비로소 가족들이 모여살 수 있었다. 아버지는 소식이 끊긴지 오래. 감자 캐는 일을 하는 엄마와 학교 매점에서 일을 하는 파티마가 실질적인 가장이다. 게다가 2주 전 시리아에서 목숨 걸고 탈출한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파티마의 집으로 오면서 파티마가 감당해야할 몫은 더욱 늘어났다.
파티마는 원인 모를 호르몬계 질병을 앓고 있어 11살 이후로 성장이 멈춘 상태다.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는데, 시리아에서 6,000원 하던 약값이 레바논에서는 36,000원으로 뛰어 약 한 번 사기도 쉽지가 않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고, 약값 또한 부담이 되고 있는 파티마에게 결혼은 마지막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파티마의 바람은 다르다. 공부를 계속 할 수 없다면 절대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것.
파티마는 "학벌도 좋고, 경제조건도 좋은 남자가 있다면 결혼 해야죠. 대신 결혼하게 되면 계속 공부할 수 있게끔 허락 받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네팔의 고산지대 마을 다딩. 16살에 강제로 결혼한 두르가 구룽은 두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다. 17살에 낳은 첫 딸이 세 살이 되었을 때, 남편은 다른 여자와 두 번째 결혼을 하고 그녀의 곁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여자들의 평균 결혼 나이 15세.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을 뿐인데, 두르가가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혹독하다.
두르가의 친정엄마인 하스타(61) 역시 15살에 결혼해 7명의 아이를 낳았다. 현재 어린 나이부터 반복된 임신과 출산, 고된 노동으로 인해 심각한 자궁탈출증을 겪고 있다. 두르가의 엄마 하스타는 딸의 불행한 모습을 보며 일찍 결혼 시킨 것을 후회하고 있다. 네팔의 시골에는 아직도 조혼의 풍습이 남아 있다. 어릴수록 적은 지참금으로 결혼을 시킬 수 있는 이 곳의 문화가 조혼의 악습을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르가는 두 딸만큼은 절대 일찍 결혼시키지 않을 것이라 얘기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그녀는 작은 몸으로 나무를 베며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두르가 구룽은 "제 딸들은 절대 15살에 결혼 시켜서 공부를 그만두게 하지 않을 거예요. 끝까지 공부시킬 거예요. 아이들이 네팔의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나서서 이 시대를 변화시켜갔으면 좋겠어요"라고 작은 바람을 얘기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7억 명이 18세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결혼을 했다. 아직도 전세계 5명의 소녀 중 1명이 조혼을 하고 노동과 출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전쟁으로 인한 조혼 피해 소녀들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레바논 성 요셉 대학교의 조사에 의하면 시리아 난민 소녀 중 24%가 조혼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교육은 그들에게 무엇보다 간절하다.
파티마는 전쟁이 터진 후 중단했던 공부를 3년 만에 다시 시작했다. 레바논의 난민 캠프 내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하는 교육 센터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두 눈으로 목격한 아이들은 싸울 줄 밖에 몰랐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전쟁을 경험하고 극복한 한국은 꿈과 희망이 되는 나라다. 아이들은 이제 글을 읽고, 싸움 대신 뛰어놀 줄 알며, 시리아로 돌아가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파티마도 이곳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지 못했다면 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 하지만 파티마는 지금 음악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칠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MBC 다큐스페셜'에서 난민들의 실상과 조혼으로 내몰리는 소녀들의 사연을 집중 조명한다. 22일 밤 11시15분 MBC에서 방송.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