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이미 침체된 제조업에 서비스업 확장세까지 둔화하면서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의 조셉 라보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4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처럼 전개되자 금융시장은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보고 있다. 미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1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약화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했다.
미국 뉴욕시의 한 던킨도너츠에서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통신> |
◆ 제조업 부진 따라가는 서비스업
라보냐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까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달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5로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 2014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미만이면 위축을 나타낸다.
ISM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도매무역업 종사자는 "계속해서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며 제품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면서 "사상 최저치의 유가가 캐나다와 멕시코와 같은 주요 수출시장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고 경쟁 심화로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이윤도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제조업 PMI는 석 달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1월 ISM 제조업 PMI는 48.2로 지난해 12월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경기 확장세를 보여주진 못했다.
라보냐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부문은 제조업을 쫓아가고 있다"면서 "지난 경기순환을 살펴보면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가 보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다른 전문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주 미 경제전문방송 CNB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평균 24%로 경기침체 가능성을 점쳤다.
다만 라보냐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침체를 겪는다고 해도 깊은 침체는 아닐 것이며 지난 2001년 우리가 본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면서 "다만 위험 자산은 그런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현실화될 때 가격이 내려간다"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의 독수리상<사진=블룸버그통신> |
◆ 채권시장,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 자체에 의문
채권시장은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을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날 서비스업 지표 발표 이후 미 국채는 장중 1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강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1.79%를 터치하며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낮은 물가도 연준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 연준은 고용시장 개선과 임금 상승으로 물가가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로 향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물가지표로서 연준이 주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012년 이후 계속해서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시장은 올해 연준이 전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을 현재 60%로 반영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이 보는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12%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12월 연준이 올해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과 대조된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투자자문리서치 대표는 "유가는 계속 떨어지고 달러는 여전히 강하다"면서 "세계 경제가 지속해서 약화하고 있고 이런 전개상황은 미국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연준도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위원회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전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 경제 전망 위험 균형의 관점에서 이것이 가지는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NP파리바의 로런스 멋킨 G10 이자율 전략 헤드는 "자산시장 가치 감소가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고 있다"면서 "그것은 연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긴축된 금융여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FOMC 통화정책 결정 멤버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 긴축이 3월 회의까지 계속된다면 통화정책 결정에서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