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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풍경과 여운 - 네팔의 포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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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사먹은 망고 쥬스가 상했는지 설사기운이 돈다. 인도와 네팔의 국경까지 버스로 오는 동안 불편해 창밖의 경치를 제대로 감상도 못했는데 국경 가까이 흐드러지게 핀 하얀 갈대는 눈부셨다. 국경 마을인 락솔에서 하룻밤 자는 동안에도 내내 설쳤다. 

다음날 새벽 릭샤를 타고 얼마간 달리자 구멍가게처럼 생긴 초라한 출국사무소가 눈에 들어왔다. 간단한 출국 절차를 밟고 조금 더 가니 강이 흐르고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의 중간 부분이 국경이라고 릭샤꾼이 말한다. 동경의 나라인 네팔에 접어들어서인지 쳐진 몸에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거리는 인도의 그것과 큰 차이는 없었으나 북적이지 않고 편안감이 있었다. 

버스로 갈아타 몇 시간을 달려 포카라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푼 다음 근처의 태와 호수를 산책한다. 멀리 흰 빛의 안나푸르나가 빛나고 호수면에도 비춰 마치 한폭의 데칼코마니 같다. 환상적이었다. 차 안에서 놓쳐버린 아름다움들이 이곳에 다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도 즐거움이었다. 중국인, 이스라엘 청년, 일본 여자와 어울려 이 얘기 저 얘기 흘러갔는데 특히 이스라엘 청년의 이야기가 찡했다. 

“이스라엘 대학생들은 불쌍해요. 대학시절에 군대를 가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전쟁이잖아요. 죽이고 죽을 정도의 체험을 겪는 거지요. 그 후유증으로 제대 후 멀리 떠나는 경우가 많아요. 네팔로도 많이 오지요. 저도 그런 경우구요.”
그러다가 히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곳 포카라가 한때 히피들의 천국이었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대개 죽고 없지요.”
이스라엘 청년이 또 말했다. 그의 눈빛엔 히피에 대한 강한 동경과 함께 그 불행마저도 자기 것으로 껴안고 싶어하는 축축한 우수의 빛이 담겨 있었다. 

아쉬운 술자리를 뒤로 하고 취침, 새벽 네 시에 일어나 트레킹에 나선다. 밤 늦도록 퍼마신 술에 잠까지 부족해 어질어질한채 가이드와 함께 택시에 올랐다. 졸다깨다 보니 산중턱쯤의 어두움 속에 내려준다. 이곳부터는 도보 행진이다. 천천히 비탈진 산길을 오른다. 사랑곳 가까이 다달았을 때 검프레한 어둠 속에 주변 풍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짜이 한잔을 마시며 조금 시간이 흐르자 앞산 위로 불그스레한 색깔이 감돈다. 우리는 사랑곳까지 단숨에 걸어올랐다. 동쪽 하늘의 붉은 기운이 더욱 진해지며 어둠이 거치면서 안나푸르나의 장대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어느 산의 정상 위로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고 그 빛을 받아 안나푸르나의 설봉이 조금씩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과연 안나푸르나였다. 태와 호수의 데칼코마니 영상이 하나로 접히면서 황홀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태양이 솟아오름에 따라 그 빛을 받는 설면이 점점 넓어지며 하얀 빛을 반사하는 풍경은 실로 압권이었다. 그 둘레의 겹겹의 산들과 평원 모두가 빛의 높이와 세기가 달라짐에 따라 색깔이 시시각각 다르게 변이되고 있었다.  눈 앞의 초목들은 그린빛으로 또렷했으며 멀리 떨어진 산들은 옅은 안개에 가려 연분홍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감탄하는 사이 해는 어느덧 높게 떠 주변 풍경은 초록색으로 빛나기 시작했으며 저 아래 보이는 태와 호수는 산 그림자를 잔잔하게 비춰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노우달라까지는 걸어서 세시간 걸려요.”
충분히 만끽할 즈음에 가이드의 말이 들려 왔다. 우리가 또다시 걷는 길 역시 멋진 시골길로 주변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붉고 하얀 코스모스들이 화사하게 피어있고 인도인들이 꽃목걸이로 만들어 신상에 바치는 주황색의 꽃들도 들판에 가득했다. 벼는 잘 익어 황금빛으로 찰랑거렸고 푸르게 쭉쭉 뻗은 대숲과 옥수수 밭, 바나나, 듬성듬성 놓여있는 시골집들이 선경인 듯 했다. 

노우달라에 도착해 패딕까지 버스를 타고 내려와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여기서부터 담푸스까지는 가파른 산행길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산길 초입부터 경사가 심한 돌층계가 우리를 맞는다. 숨이 가쁘고 다리가 후둘후둘 떨렸다. 하지만 그 길 역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담푸스 마을에 가까이 오자 날씨가 급변해 조금씩 가는 빗발을 뿌리더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얼마 후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온통 구름에 덮히고 들판에 푸르게 자란 파꽃들이 싱그럽게 비를 맞는다. 앞집 대문 가에 심겨진 코스모스도 줄기 위로 굵은 빗방울을 굴려 떨어뜨리며 연분홍 꽃들을 흔들고 있다. 굵직한 대나무 기둥 위에 호롱불이 걸린 이곳 게스트하우스의 스레트에서도 굵직한 빗물이 떨어져 황토흙에 박힌다. 

어렸을 때 고향집의 황토빛 흙마당과 장미꽃 화단에 떨어지던 장쾌한 여름 장마도 무의식 중에 연상되었다. 이 마을은 잊혀져 가는 기억과 풍물을 말끔하게 되새겨 주고 있었다. 사람들의 선한 미소가 그렇고 코스모스와 돌담도 그렇다. 저 앞에 보이는 안나푸르나는 짙은 구름에 가려 능선이 파스텔을 뭉갠듯 번져 보이고 그곳에도 비가 내리는 것 같다. 

비 내리는 네팔의 산간마을은 한적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멀리 떨어진 집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리고 닭 우는 소리도 들린다. 바람이 간간히 불어 먼데 보이는 바나나 잎이며 옥수수 잎을 흔든다. 공기 또한 맑고 깨끗하기 그지없다. 

저녁이 되니 춥다. 저녁 식사로 가이드와 함께 네팔식 탈리와 맥주를 먹는다. 오후 일곱시인데도 어둡다.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오래 전 고향을 떠나, 이곳 산지에서 낯선 여행객인 나와 술을 마시는 가이드의 얼굴엔 외로움이 느껴진다. 

“에베레스트 부근 해발 7000미터 고지의 춥고 험한 남체부자라는 마을에서 태어나 여덟 살까지 살았지요. 아홉 살부터 혼자 객지를 떠돌며 식당 등에서 잡일과 요리를 배우고 열너댓살부터 히말라야 산악의 헬퍼로 일했죠. 그후 현재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을 만나 그 밑에서 일하고 있죠.”

그의 인생엔 많은 여운이 배어 있다. 이제 이십대 초반인데도 삶의 경력이 놀랄만큼 풍부하다. 그의 이야기들이 담푸스 밤의 추위와 빗소리에 섞여 잔잔히 젖어온다.      
    
다음날의 새벽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햇빛이 돋자 안나푸르나의 설면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전신주 꼭대기에 새들이 노래하고 풀마당엔 닭들이 오종종거린다. 연분홍 코스모스는 어젯 밤의 비에 깨끗히 몸을 씻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비에 젖어 초록으로 빛나는 파꽃. 아침잠에서 깨어 신께 기도를 드리고, 조그만 꽃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네팔리 소녀.
풍경과 여운만으로도 충일한 시간. 평생을 살아도 그리움으로 간직될 그 안에 잠시나마 있는 것만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꽃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소녀가 안나푸르나의 신성한 빛으로 해맑게 웃어준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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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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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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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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