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씨티캐피탈(A+, 한국신용평가 기준)의 청산 우려로 회사채 투자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금융기업의 청산 전례를 찾기 어렵다 보니 재투자리스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씨티캐피탈 청산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문의가 많다"며 "금융관련 기업의 청산 전례가 별로 없기 때문에 궁금해하는 듯하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청산, 부도 등 소위 '배째라' 이벤트가 생길 때 불안심리가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부업이 주된 사업인 아프로서비스그룹으로 매각 결정이 났더라도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여전사를 볼 때 중요한 것은 자체 펀더멘털보다 대주주가 누구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유동성 대응 측면에선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산이 결정되면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관련 매매시장은 말라버릴 것"이라며 "여전채 시장에 온기가 돌려는 차라 신경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당초 씨티캐피탈은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인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6일 노조 반대로 인수절차에 제동이 걸렸고 청산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씨티그룹은 올해까지 한국(은행 제외) 등 11개국의 소비자금융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 가운데 씨티캐피탈 노조 측은 청산이 유리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씨티캐피탈의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 규모는 6월 말 기준 7321억원으로 부채상환 시 1729억원인데, 이 경우 매각가(약 900억원)를 제외한 829억원을 퇴직 비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시작부터 딜 분위기가 별로였다"며 "물론 아프로서비스 측은 자본이 충분하다고 하겠지만, 현금 흐름이 불투명해 보였고, 매수주체로 나선 OK저축은행도 자금 사정상 인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 차원에서 대부업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 씨티캐피탈 인수에 대부업체가 뛰어들 가능성이 컸다"며 "다만 시장 상황이 여러 가지로 인수를 어렵게 하고 있고 매물도 몇 건이 더 있어 씨티캐피탈 자체의 매력이 얼마만큼 있는지에 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일각의 주장대로 씨티캐피탈이 청산된다면 향후 신규사업을 하지 않고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금융관련 기업의 청산 전례를 찾으려면 과거 IMF외환위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다만 그때 기업들과 씨티캐피탈의 사정은 다르다. IMF 때 청산된 종금·리스사 등처럼 씨티캐피탈이 부도위기에 몰렸다기보단 그룹 차원에서 캐피탈사를 두고 수익성 측면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여전사는 당국 차원의 유동성 규제를 받고 있어 자산과 부채 만기가 일정 수준을 맞추고 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청산 이후 만기가 남았을 경우 조기상환(바이백)이나 신탁으로 원리금 전액을 상환한다"며 "상환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현금으로 한꺼번에 상환받는다는 측면에서 좋은 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듀레이션(채권원금 회수 기간) 조절 등 재투자 리스크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기대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등 가뜩이나 경색된 시장에서 셈법이 복잡해지게 되는 것이다. 숨겨진 자본잠식이 있을지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자산이 많지 않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매력도가 저하된 상황이다. 노조 측의 계산이 사실인지는 일단 실사를 해봐야 한다"며 "씨티은행이 100% 대주주인데, 행여 자본잠식 등이 발견돼 일부 채권자가 상환을 못 받는 경우가 되면 은행도 국내에서 영업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산 결정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증권사 관계자는 "만기보다 상환이 늦어진다면 기술적인 디폴트로 간주돼 늦게 처리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찍 청산되면 바이백 효과가 발생해 관련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재투자리스크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청산보다는 2년 정도 그냥 두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절차가 더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자들의 만기, 금리 등 조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청산방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왜 청산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할지에 대한 서로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근래 청산 전례가 없는 데다 애로사항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