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시행..."법 없이 자율규제 방식으로"
[뉴스핌=김지유 기자] 오는 30일 계좌이동제를 시작하는 금융위원회가 하루 전날인 29일 은행장들과 업무협약식을 갖는다. 은행들의 계좌이동제에 참여하는 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보다 확실한 협조를 약속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거래은행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은행은 계좌에 연결돼 있던 각종 자동이체 신청내역 등의 금융 거래정보를 새 계좌로 이전해야하는 제도다. 현재는 거래은행을 바꿀 때 자동이체를 한 곳마다 개별적으로 연락해 신규 등록해야 한다. 계좌이동제는 금융소비자의 은행선택권을 강화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취지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시행 전날인 29일 은행장 및 관계자들과 함께 업무협약식을 할 계획이다. 이 자리는 은행들이 계좌이동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성격이다. 또 소비자보호에도 차질이 없도록 공동협약을 할 예정이다.
금융위가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계좌이동제가 법으로 정해지지 않고, 자율 규제 방식으로 시행돼 은행들에게 의무나 강제력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명칭도 계좌이동제(법제화)가 아닌 계좌이동서비스(자율 규제)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계좌이동 시행에) 법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에서 모여서 공동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법에 접촉하는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계좌이동을 법으로 명시해둔 것과 자율 규제로 서비스하는 것의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냐고 하는 것은 (결과를 비교할 수 없으니까)완전하게 알 수는 없다"며 "실질적으로는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서 만반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있다면 법적 근거가 있는 제도가 됐겠지만 없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라며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도 어떤 법적제도 없이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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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모습. <출처 = 뉴시스> |
실제로 EU와 호주 등에서 자율규제 방식으로 계좌이동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은행산업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법제화가 됐다면 보다 명확한 시행은 물론 부작용도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 한 관계자는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의무나 강제조항이 아니라서 은행이 협조를 안해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계좌이동을 시행했는데 계좌가 막 빠져나가는 은행에서 협조 못하겠다고 하면 처벌하거나 강제할 근거 규정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13년 8월 계좌이동제를 담은 '은행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다음해인 2014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단 한 차례 논의됐다. 당시 법안심사소위원들은 계좌이동제를 법제화하는 개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은행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비해 논의가 미흡한 만큼 추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이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2013년 11월에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계좌이동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무위 관계자들은 해당 개정안이 더 논의되지 못한 것에 대해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당 간사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그 당시 더 중요한 안건들에 밀려서 안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도 "당시 정무위에 굵직한 현안들이 많이 있어서 밀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