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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기대되는 경기소리 늦깍이 새내기 홍주연

기사입력 : 2015년06월08일 08:33

최종수정 : 2015년06월08일 08:33

 

사람이 태어나서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의 조건에 들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을 짊어지고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타고난 재능과는 거리가 있는 분야의 일을 하면서 산다. 그러다가 훌쩍 나이가 든 후, '삶이 무엇인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인가?' 하며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취미생활을 한다. 어떤 이는 판소리를 배우고, 또 어떤 이는 색소폰을 배운다. 또 어떤 이는 등산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지 못한 경우다. 정말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여 즐기면서 일을 한다면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단풍이 노랗게 물든 어느 가을날 끼가 넘치는 예능인을 만났다. 판소리 명창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J교수님이 소리를 권하자 몸속에 가득 찬 끼를 때론 한 올 한 올, 때론 폭포처럼 쏟아 냈다. 가만 가만 가다가는 질풍노도처럼 달렸다. 누가 봐도 한 눈에 개비 집안의 타고난 예능인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개비 집안의 후손도 아니고 더더구나 어려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국악교육을 받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국악이고, 제일 좋아하는 것이 국악이어서 국악인의 길을 직업으로 선택하여 걸어갈 뿐이다.

그의 이름은 홍주연이다. 전남 나주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소리하면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음악적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 아버지를 비롯해 모든 집안사람들이 소리를 좋아한다. 지금도 모처럼 식구들이 모이면 밤새는 줄 모르고 다 같이 소리하고 춤추며 논다. 성격도 좋아 주변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사람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끼를 표현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늘 국악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장구소리 들리고, 태평소 소리 들리면 "내가 저기에 있어야 하는데..."하며 울렁이는 마음을 달랬다. 춘향가, 심청가 눈 대목을 들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했다. 마음속 예술은 농익어 가는데 이를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병巫病 같은 가슴앓이를 하며 훌쩍 서른을 넘겼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더 나이 먹기 전 국악인으로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치 중생이 중이 되게 위해 출가하는 심정으로. 직업으로 국악을 선택 한 후 경기소리 명창 방영기와 황용주로부터 소리를 배웠다.

그 곳에 가면 그 곳만의 노래가 있다. 민요가 그렇다. 민요는 작사자나 작곡가가 없다. 나라가 생긴 이래 말로만 전수돼 지금까지 불리고 있는 노래다. 지방마다 지세가 다르고 물세가 다르다. 역사적인 배경과 풍습도 다르다. 자연히 사는 방식도 사람끼리의 소통 방법도 달랐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말은 사투리요 노래는 ‘토리’다. ‘토리’는 순수 우리말이다. 지방마다의 독특한 투의 노래를 뜻한다. 그래서 민요는 감칠맛이 난다.

우리네 땅 어디를 가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구성진 노래가 있다. 악기 반주도 없이 부른다. 바가지면 바가지 지게다리면 지게다리 무엇이든지 악기가 돼 소리를 받쳐 준다. 누가 만들었지,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그 곳만의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대로의 삶 냄새가 묻어난다.

이러한 민요의 토리는 네 개로 나누어진다. 평안도 황해도 지역소리를 <서도 소리> 또는 <수심가 토리>라고 한다. 고구려-고려로 이어지는 관서지방 사람들의 군인 같은 강한 기질의 맛이 나는 소리다. 서울 경기 충청 지역 소리는 <경기 소리> 또는 <창부 토리>라고 한다. 대궐의 단청처럼 단아한 기품이 넘치는 소리다. 강원도 경상도 지역 소리는 <동부소리> 또는 <메나리 토리>라고 한다. 꿈틀대며 용트림하는 태백산맥의 씩씩한 기상이 느껴지는 소리다. 전라도 지역 소리는 <남도 소리> 또는 <육자배기 토리>라고 한다. 전라도 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유장한 맛이 나는 소리다. 이렇게 민요는 각 지역마다의 사투리를 바탕으로 고유한 정서적 색깔을 띠고 있다.

 

홍주연은 경기소리꾼이다. 인터뷰 도중 창부타령을 부탁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기소리 특유의 비음鼻音이 꽉 조였던 목의 틈새를 타고 흘러 나왔다. 경기소리답게 화려했다. 저절로 어깨춤이 나왔다. 창부타령이 끝난 후 그의 약점을 꼭 짚어 질문했다. "어려서부터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것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하여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있겠지만, 예술중고등하교 또는 국악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해서 출연료를 적게 받는 등의 불이익은 없습니다. 저는 국악이 좋아서 국악을 직업으로 선택했습니다. 정규 교육을 받은 분들은 체계가 잡혀있고, 실력이 탄탄합니다. 저는 그러한 분들에 비하여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족함을 열정과 끼로 메우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노래하는 것을 제일 잘 합니다. 또 제일 좋아합니다. 제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국악을 직업으로 선택해 걸어가는 이 길이 행복합니다. 예술은 연조年條입니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 꾼도, 아무리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도 세월이 묶어야 빛이 납니다. 특이 국악이 그렇습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급하지 않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작정입니다. 걸음걸음 밟힌 하얀 발자국에 장구장단이 심어질 것입니다. 어흐적 흔든 손끝에 흥의 숨소리가 있을 것입니다.

제 소망은 꼭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싶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선택하지 못한 분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입니다. 저처럼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국악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해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산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늦깍이 새내기'라고 부릅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국악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늦은 만큼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나이도 좀 무겁지만, 앞으로 기대되는 국악인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대중가수들 중 정통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열정과 끼로 자신을 표현을 하여 정상을 차지한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국악계도 이러한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구전심수口傳心授로 배운 것을 보존하는 것이 최대의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자신만의 소리,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소리, 춤, 기악을 할 때 국악이 대중화되고, 국악인이 대중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얻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사무실을 떠났다. 떠난 자리에 장단과 흥이 맥놀이 돼 갔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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