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한국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혁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핵심은 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을 분리 혹은 자회사로 두는 방안, 거래소의 지주회사로 전환 방안 등이 제시됐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당시 '거래소 지배구조 개혁'을 주요 과제로 내놨었다.
28일 자본시장연구원(이하 자본연)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거래소시장 효율화를 위한 구조개혁 방향'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황세운 자본연 실장은 "한국 주식시장은 현재 기업의 성장성 정체와 더불어 수익창출 능력 약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글로벌 거래소들은 오히려 수익이 증가하거나 최소한 현상유지는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때문에 거래소의 효율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황 실장은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거래소가 이미 대내·외적 경쟁 상황에 노출돼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에 발맞춰 금융당국 규제 역시 독점시장 규제에서 경쟁시장 규제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연이 제시한 대안은 크게 3가지다. 여기에는 논란의 중심이 된 코스닥시장 분리를 비롯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및 상장,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설립 유도 등도 포함됐다.
주제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서로 다른 업계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났다. 특히 거래소내 코스닥시장의 분리독립에 대해선 패널간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됐다.
정창희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는 "거래소 수익구조 약화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해외 경쟁국가의 70% 수준밖에 안되는 저렴한 거래수수료"라며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와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주회사로의 개편과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스닥시장을 분리할 경우 자생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줘야하는데 이를 어떻게 할지 적절한 방법이 아직은 없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제대로된 구조개혁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박하는 의견도 곧바로 나왔다. 거래소의 경쟁 체제 강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코스닥 분리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혁이란 주장이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국내 증시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거래소가 관할하는 독점체제로 서로 경쟁요소가 배제돼 있다"며 "특히 코스닥시장의 특성이 제대로 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험자본 등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코스닥시장의 분리독립 주장과 관련해 더 보완이 되고 검토가 돼야겠지만 왜 코스닥 분리가 중요하다고 외칠 수 밖에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스닥분리와 아울러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설립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엄경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내 증권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합쳐져서 관할하는 독점체제"라며 "서로 경쟁요소가 배제된 상황에서 코스닥시장이 크게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엄 교수가 제시한 대안이 바로 ATS 설립이다.
ATS란 정규거래소의 기능 가운데 매매체결 기능만을 담당하는 회사를 일컫는다.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ATS 설립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ATS가 전무하다.
이날 패널토론 참석자 가운데 유일한 회원사인 KDB대우증권은 ATS와 관련해 찬성에 무게를 뒀다. 허선호 대우증권 전략기획본부장은 "어느 정도 경쟁시스템이 필요하다"며 "ATS 설립을 단순 상장주식에만 국한하지 않고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거래소 산업을 보면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많은데 한국거래소는 여전히 독점적인 체제 아래 지역시장에 안주하고 있다"며 "거래소가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유도하자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국장은 거래소 구조개혁과 관련해선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패널토론 뒤에 이어진 청중 질의응답 시간에는 거래소 직원으로 보이는 참석자들이 금융위의 자본시장 정책 실패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등 언성을 높여 강제 퇴장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날 토론회를 듣던 한 청중은 "거래소가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지금은 금융위가 독단적으로 코스닥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구조개혁 논의에 앞서 투자자 보호 등 거래소의 제 역할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