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재계가 우량기업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이른바 '산업재생법' 띄우기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009년 6월 보고서 통해 처음 문제를 제기한 지 약 6년 만이다.
하지만 정부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칫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초이노믹스'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가 산업재생법을 요구하는 이유는 엔저, 중국의 추격 등으로 경쟁력을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기대를 걸었던 '초이노믹스' 효과가 미진하다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방향성은 맞지만 단기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집중함에 따라 중장기 구조개선을 추가해야한다는 주문이 각계에서 쏟아졌다.
결국 좀 더 파격적인 규제완화, 구조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느낀 재계로서는 지금이 산업재생법을 도입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재계 "우량기업 상시적인 구조개선 유도해야"
'산업재생법'이란 일본이 지난 1999년 상시적인 구조개선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구조조정촉진법과는 달리 우량기업의 구조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산업재생법에는 계열사들이 신성장동력 산업에 공동투자하거나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취득세와 등록세 경감 등 각종 세제 지원이 포함돼 있다.
또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자금을 융자해 주거나 출자 혜택이 주어지고, 해외투자 제한(50%)도 면제된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기간도 30일에서 15일 또는 7일로 단축됐다.
그밖에 상법(회사법)상에도 자회사에 대한 조직개편, 출자, 주식합병 시 주주총회 결의가 면제돼 사업재편에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 닛산, 샤프, 산요, 신일본제철, 스미토모금속 등 일본 유수의 기업들이 산업재생법의 지원을 통해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촉진법은 채권단이 부실기업을 정리해서 채권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우량기업의 상시적인 구조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업간 합병이나 출자 등을 통해 사업을 재편하는데 세법이나 상법, 공정거래법 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 "현실적 방안 검토중"…'재벌개혁 후퇴' 우려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기업의 투자 및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된 애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실무책임자들의 반응 역시 회의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계에서 이른바 원샷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어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봤는데,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보고 있다"면서 "기업의 구조개혁을 촉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언급할 게 전혀 없다"면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투자의지는 없으면서 파격적인 규제완화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 김한기 경제정책국장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 정말 규제가 심해서 그런 것이냐"면서 "상법과 세법, 공정거래법 등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대기업들이 경기침체를 빌미로 합리적인 규제까지 무력화하고 있다"면서 "재벌총수 이익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없는지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