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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뒤엉킨 시간, 그래도 상관없다 '자유의 언덕'

기사입력 : 2014년09월04일 14:46

최종수정 : 2014년09월04일 16:34

 

[뉴스핌=장주연 기자] 건강 문제로 산에서 요양했던 어학원 강사 권(서영화)은 몸이 회복된 후 서울로 다시 돌아온다. 그는 전에 일하던 어학원에 들르고 그곳에서 두툼한 편지봉투 하나를 건네받는다. 편지의 발송인은 2년 전 자신에게 프러포즈한 일본인 강사 모리(카세 료). 권의 거절에 일본으로 돌아갔던 모리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자신을 찾고 있었다. 권은 편지를 읽으며 계단을 내려오다 머리가 핑 돌아 그만 주저앉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손에 든 편지를 놓친다. 흩어진 편지들을 다시 거둬들였지만, 편지에는 날짜가 없다.

영화는 권이 편지를 다시 잡아든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줄거리를 더이상 쓰지 않는 것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한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유의 언덕’은 시간의 순서를 따르지 않은 채 흩어져 진행된다. 뒤죽박죽된 편지 탓에 모리가 북촌에 머무르는 동안 벌어진 일들이 뒤엉켜있는 것이다. 

물론 이 독특한 전개 방식은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이다. 순서 없이 펼쳐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한 걸음 앞으로 갔다가 다시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기분이 종종 든다. 현실-꿈, 과거-현재-미래의 구분도 어느 때부터인가 희미해진다. 물론 이 독특한 형식은 복잡함보다는 신선함, 그리고 흥미로움에 가깝다. 그리고 관객은 뒤엉킨 전개를 통해 시간이란 것이 과거-현재-미래로 명확하게 나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사랑에 있어서 시간의 뒤엉킴 쯤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느낀다.

이번 작품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일본 배우 카세 료가 모리를 연기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조금은 능청스러운 톤으로 영어 대사를 소화한다. 알 듯 말 듯한 섬세한 표정 연기도 일품이다. 그간 홍 감독의 팬을 자처했던 카세 료는 기대 이상으로 홍상수식 영화에 잘 어울린다. 그리고 여기에 문소리, 서영화, 김의성, 윤여정, 기주봉, 이민우, 정은채 등 그간 홍 감독의 프레임 속에 등장했던 낯익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 영화에 힘을 더한다.

배우들의 뱉는 대사는 여전히 ‘홍상수’스럽다. 가끔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의아하기도 하다. 어떨 때는 날카롭고 건조하다가도 때로는 편안하고 따뜻하다. 물론 솔직하고 그만큼 아름답다. 때문에 관객은 등장인물들의 대사(물론 절반 이상이 영어일지라도)만으로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는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풀어내지 못한(혹은 풀어내지 않은) 한 장의 편지,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다. 극 초반 권이 편지를 줍는 과정에서 그는 미처 한 장을 줍지 못하는데 (아마도 카세 료와 광현 역의 이민우가 다투는 장면이라 생각된다) 이 빈틈이 주는 묘한 느낌이 좋다. 

반면 “권과 일본에 가서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낳았다”는 모리의 대사와 함께 권과 모리가 함께 언덕을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은 이상하리만큼 희망적이다.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스크린 너머 희망 가득한 미지로 떠나는 기분이다. 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영화제작 전원사/영화사 조제]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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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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