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 인생의 가을, 중년은 아름다워라
- 대한민국 아줌마로 살아가기 1
“열아홉 처녀 때는 수줍던 그 아내가 첫아이 낳더니만 호랑이로 변해버렸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중년에 접어든 우리나라 여자들이 살아온 삶은 한마디로 자기희생의 길이었다. 이들은 가정을 위해 자신은 없는 존재로 살아왔다. 이것이 결국은 우리 대한민국을 이나마 잘 살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아줌마로 지칭되는 한국 중년여성의 모습,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의 어머니 상으로 오버랩(overlap)된다.
우스갯소리로 사람의 종류에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여자, 남자, 그리고 아줌마. 사전에서 이 아줌마의 뜻을 찾아보면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오늘날에는 주로 ‘결혼한 여자’를 평범하게 부르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함께 섞인 ‘억척스럽고 자녀를 위해 헌신하는 여성’으로써 인식되기도 했다. 오죽 유명하면 옥스퍼드 대사전에 고유명사로 등재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아줌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그들은 우선 외양부터가 대체로 볼품이 없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파마를 하였다. 몸매도 매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뱃살이 몇 겹씩 빚어 나와 있고, 허리통 굵기가 가슴둘레와 같다. 옷차림은 소위 몸뻬 바지를 입었거나 아니면 빛이 바래거나 후줄그레한 옷을 맵시 없게 입었다.
행동거지는 더 볼품이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자리가 나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승객들 사이를 뚫고 몸을 날린다. 자신이 앉기 위해서라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만약 어렵게 확보한 그 자리를 자신의 자식에게 건네줄 경우 아이는 민망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다. 막무가내의 대명사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엄마와 같이 다니는 것을 창피하게 여긴다. 도무지 우아함은 찾아볼 수 없고 차라리 민망하고 무례하게까지 느껴진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고할 때는 먼저 시식부터 해본다. 괜찮다고 여겨지면 가격 흥정절차에 들어간다. 우선 가격을 절반이하로 후려쳐놓고 시작한다. 뿐인가 흥정이 끝난 뒤에도 장바구니에 물건을 한웅큼 더 집어넣는다. 이 아줌마들이 직접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도 한다. 남편의 벌이가 신통치 않거나 혹은 남편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이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장터에 좌판을 펼치고 나선다.”
그러나 이 아줌마들에게도 약한 구석이 있다. 바로 가족, 그중에서도 자식들이다. 아줌마에게 유일한 우상은 자식이다. 자신의 존재는 없다. 그들은 가족과 자식을 위해서라면 염치고 체면이란 애시 당초 존재치 않는다.
특히, 자녀들의 교육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녀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내기위해 자기 집은 전세를 주고, 학원이 밀집해있는 그러나 전세 가격이 턱없이 비싼 강남지역을 찾아 좁은 주거공간을 참아가며 옹색한 전세살이를 한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이다. 학원과 국내외대학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또 자녀가 다니는 학원이 파하는 밤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자녀들을 집으로 태워간다. 집에 와서도 아이를 뒷바라지하다 아이가 잠든 뒤에야 비로소 자신도 무거운 몸을 누인다.
그러나 가끔은 이 교육열의 도가 지나쳐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바로 치맛바람이다. 이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하기 위한 심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자녀들에게 학업강요를 통해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촌지제공의 비리를 낳기도 한다.
(대한민국 아줌마로 살아가기 2에 계속)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