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재계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중심의 성장전략에서 방향을 바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추진키로 해서다. 대기업에게는 이익 중 일부를 떼어 임금인상, 배당 확대 등 투자에 나서라고 독려 중이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업 이익을 나누자는 정부. 수익성과 성장성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재계. 정부의 경제정책이 구체화될수록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편집자주>
[뉴스핌=이강혁 기자]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내려줬다. 어떻게 하든지 법인세가 인하된 부분 만큼은 기업이 투자나 배당이나 임금을 통해서 가계나 경제에 환류해야 법인세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이익에 대한 과세 문제에 대해 이같이 견해를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 참석해 "그간 쌓여진 사내유보금은 불문에 부치되, 앞으로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은 인건비와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투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다. 기업은 기회가 생겨야 투자하는 것이고 사업하는 사람은 기회가 생기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대한상의 하계포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한 말의 일부다. 박 회장은 '대기업 투자가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최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수장이 되자마자 기업의 유보금 과세를 거론하며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사실 이런 배경이다. 기업들이 곳간에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으니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이는 결국 기업의 투자와 분배의 의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기초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 정책은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섞어 기업주도형 성장전략을 바꿔 내수와 가계가 주도하는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한 경제전문가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기업도 살고 국민들도 산다는 것으로 기업의 이익이 커지면 그만큼 투자 규모가 커져야 하고 이런 환원이 잘되면 자연스럽게 내수가 살아난다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2기 경제팀의 이런 정책은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임금과 같은 노동소득의 분배라는 키워드가 접목되다 보니 국민적 관심도 역시 크게 올라간 상황이다. 재계도 "취지를 공감하고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견을 서둘러 밝혔다.
그러나 재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뜩잖은 반응이다.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비판적 인식에 기반해 정책이 수립됐다는 것으로 기업의 발전적 방향이나 산업적 특성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가 가장 민감해 하는 것은 분배의 방향이다. 기존 경제정책이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2기 경제팀의 경제정책은 이익을 어떻게든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익을 쌓아놓기만 하면 이에 따른 과세도 이루어진다. 기업으로서는 이익의 일부를 임금이나 배당의 형식을 빌어 투자해야만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사실상 재계는 기업 자율성보다는 강제적으로 임금을 올리고 배당을 해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임금이나 배당성향을 강제하면 기업이 위기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강제로 현금을 움직이게 하면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위기대응은 그만큼 부실해 진다"고 말했다.
재계의 이런 분위기는 실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가 최근 해외 헤지펀드 등의 '배당을 늘려라'라는 요구에 대해 "미래에 좀 더 나은 배당을 위해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하며 이를 위한 새로운 투자는 현금을 필요로 한다"고 답한 것에 극명하게 읽힌다.
지속적인 성장은 기업에게 당연한 존재의 이유인데 임금을 인상하거나 배당을 늘리면 당연히 그만큼의 수익성을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항변인 것. 특히 배당의 경우는 기업이 쌓아놓은 이익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결국 적기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사실 국내 대기업들은 IMF외환위기 이후 현금성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몸에 밴 상태다. 경영전략상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현금성자산이 얼마나 쌓여있느냐가 곧 대응력이란 생각이 강하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여력이 바로 현금성자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에 자신이 없다는 반증일 수 있다"면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려면 수익성이 당연히 담보되야 하는데 이런 수익성과 성장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의 정책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당 확대의 코드는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오너나 외국인 대주주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금성자산의 증가는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닌 국제적인 경향"이라며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현금성자산의 총자산대비 비율은 미국, 일본, 대만, 유럽연합에 비해 낮아 과다하게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배당을 증가시킬 경우에도 국내 투자 증가의 목적에 오히려 역행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배당압력이 클수록 국부 유출의 우려가 증가되는 등 배당을 증진시키는 정책적 노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