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매번 정부의 경제정책 발표가 있을 때마다 대기업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다양한 변수들이 고려되고 근본적인 경제구조 대개조가 필요한 부분인데 항상 '일단 기업부터 곳간을 열어라'라는 게 정부의 경제정책 법칙이었거든요. 사견이지만 이번에도 이런 맥락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전략 및 기획 관련 부서에는 경제정책 발표가 이뤄지면 이에 대한 영향과 득실을 따지는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다. 일부 기업에서는 외부 컨설팅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 보고서는 향후 기업이 최대한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전략에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활용된다. 이런 광경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정권의 경제 부양 정책이 모두 ‘대기업 끌어내기’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의 경제정책 첫 머리는 늘 ‘대기업의 투자’로 채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기업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를 회복하려면 기업 투자가 중요하다”며 대기업에 투자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8월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나서 투자를 늘려달라”고 말했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3년 “대기업이 투자해야 중소기업 가동률도 올라가고 서민경제도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정책의 대응과 전략이 보다 중요한 대외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대기업에 대한 요구가 보다 다양화되는 추세다.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투자나 채용을 강조했다면 최근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에서는 임금 수준과 배당성향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처럼 대기업에 매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국내 총생산량(GDP)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2.1%에 달한다. 10대그룹으로 본다면 이 비중은 더욱 커진다. 10대그룹의 GDP 대비 매출 총액은 2002년 53.4%에서 지난해 기준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기업 집중화가 심화될수록 정부의 경제정책도 대기업 의존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경제 주체인 기업을 떼어놓고 경제 정책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중심은 늘 대기업의 ‘행동’에 맞춰졌고 이로 인해 역대 정권의 경제정책은 늘 부작용을 동반했다.
단적으로 노무현 정권은 대기업의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시장 간섭을 최소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선호했고 이명박 정권은 아예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국내 대기업에 내수시장을 대거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친 대기업 정책은 사회적 양극화만 가져왔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의 대기업 집중화는 더욱 심화된 반면 중소기업과 가계는 여전히 힘든 악순환이 생겨난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이 심화되자 이명박 정권은 후반부 들어 ‘동반성장’,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들고 나오면서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강압적인 물가 억제정책이나 동반성장위원회 등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양극화는 보다 심화되는 모양새다. 올해 가계부채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고 중산층 몰락정도를 나타내는 울프슨지수는 2011년 0.254에서 2012년 0.256로 상승했다. 아울러 대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성장이 이를 크게 밑돌면서 소비는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10년간 기업 소득은 해마다 평균 16.4%씩 늘어난 반면 가계 소득은 2.4%증가에 그쳤다. 이는 기업의 이익이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경제지표는 개선됐지만 잠재 성장률은 그만큼 악화된 것이다.
문제는 최경환 경제팀의 새 정책이 이런 상황을 타계할 근본적인 대책이 되냐는 점이다.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규제완화와 더불어 대기업 이익의 용처를 제안하는 것에 핵심을 두고 있다. 임직원의 임금을 올려주고 배당금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가계 소득이 증가해 소비 침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선제적인 ‘대기업의 행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떤 정책이건 기업은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규제완화의 대가로 이익을 투자, 배당, 임금으로 쓰라는 것인데, 실제 이 방법이 얼마나 현실성 있을지 낙관하기만은 힘들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