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가버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다
- 가지 않은 길 2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쓴 이「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우리말로 번역한 피천득 선생님은 ‘인연’이란 작품에서 자신의 과거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살면서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고 때로는 평생 그 사람을 못 잊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내가 기대했던 그 사람은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직면하는 것보다는 내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현실에서 그녀 아사코와의 만남을 택했다. 그리고는 후회한다. 시들어가는 백합꽃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뇌리에 간직되어있던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과 그 기억들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길을 향해 걸어간다. 그 길은 자신이 좋아서 선택했을 수도 혹은 어쩔 수없이 받아들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없이 받아들였더라도 점차 세월이 흘러가면 대부분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회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이 불공평해서 대부분의 범상한 사람들과는 달리 인생의 길을 다양하게 경험하며 걸어가는 행운아가 없지는 않다. 금융잡지사 사장인 길버트 카플란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었다. 자신의 길이 아닌 다른 길도 가볼 수가 있었다.
1965년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지휘하는 말러의 2번 교향곡 ‘부활’을 숨죽이며 듣던 23살의 청년 카플란은 번개가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날부터 청년은 자신이 죽기 전에 말러의 '부활'을 직접 지휘해보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마음에 품었다. 그러나 그는 음악이라곤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경영학도였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월가로 진출하여『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라는 금융잡지를 창간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둔다. 그 잡지는 지금도 월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길버트는 청년시절의 꿈이었던 말러의 ‘부활’을 직접 지휘해보기 위해서 음악공부에 하루 5시간 이상 매진했다. 악보 읽는 법, 화성학, 대위법 등 음악을 기초부터 하나씩 익혔다.
1983년, 길버트가 말러의 ‘부활’을 처음 들은 지 18년이 지났을 때, 그는 마침내 카네기홀 무대에 올라 아메리칸 심포니를 이끌고 ‘부활’을 지휘했다. 그가 처음 ‘부활’을 들었던 바로 그 장소이자 그 오케스트라였다. 그로서는 일생일대의 소원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그의 지휘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엄청난 호응을 받는다. 그의 지휘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전 세계에서 지휘 요청이 쏟아졌다. 런던 심포니, 로스앤젤레스 필 등으로 부터…
인생은 선택이다. 누구를 만나는 것은 우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자신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택했더라면 나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에 대한 호기심과 아쉬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선택한 것이 당신 인생 최대의 선물이란 것을!!!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