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로 사망자수가 23일 낮 기준 150명을 넘어섰다.
이번 대참사와 관련해 세월호의 안전관리스템 등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등 최근 노후 선박의 급격한 증가도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중심에는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여객선 선령 제한 완화, '산업시설자금'을 통한 대출이 고리로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청해진해운, 산업시설자금대출로 세월호 구입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세월호을 구입하면서 선박 구입자금 116억원, 개보수 자금 30억 등 총 소요자금 146억원 중 100억원을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산은으로부터 받은 대출종류는 산업시설자금이다.
시설자금대출이란 시설물 등의 매입, 신·증설 또는 개·보수, 기계장치의 구입·설치 등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계, 공장 등을 포함해 이미 건조된 '중고선박'을 구입할 때도 이 같은 명목으로 대출이 실행된다.
산은 관계자는 "세월호 등은 이미 만들어진 선박에 대한 매매에 대해 대출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 공장, 부동산 등을 담보로 한 대출처럼 시설자금대출로 분류된다"면서 "중고선박을 구입하는 명목의 대출은 선박금융을 통한 대출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선박금융이란 선박을 제조할 단계에서부터 선주가 아닌 조선소에서 발주받을 배를 가지고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이 과정에서 파나마 등 편의치적국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선박 등록을 하고 대출을 해주는 복잡한 구조로 연결돼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의 운행을 통한 수익 창출이다. 해운업이 위험성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대출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A은행의 선박금융담당 관계자는 "선박금융은 단순히 담보를 보고 대출해준다는 것 보다는 운행함으로써 벌어들이는 수익, 즉 현금흐름을 기초로 대출해주는 개념을 말한다"면서 "해운업은 여전히 은행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업종이고, 보수적이고 깐깐하게 심사를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산은에서 취급하는 산업시설자금 대출의 경우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여신 절차와 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대출이지만, 선박금융 대출에 비해 적절한 리스크 평가 없이 진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해운법 개정·시설자금대출로 노후선박 구입 증가
특히 영세한 연안여객사업자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할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테면 신규 여객선을 구입할 경우 1000억원이 드는 반면 중고 선박을 구입할 경우 세월호의 경우처럼 10분의 1 수준의 자금만 융통해도 선박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시설자금을 통한 대출이 노후 선박 구입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해운조합이 발간한 2013년 연안해운통계연보를 보면, 전체 여객선 217척 가운데 선령 20년 이상은 67척(30.9%)에 달했다. 지난 2008년 말 기준 연안여객선 166척 가운데 선령이 20년 이상인 선박은 12척(7.2%)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55척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는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기존 여객선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5년 만에 20년 이상 노후선박이 55척이나 늘어난 것을 보면, 자연 증가분을 고려하더라도 세월호처럼 시설자금대출을 이용한 노후선박 구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B은행의 관계자는 "정부가 여객선 선령 제한을 30년으로 완화하면서 노후선박을 들여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 아니겠느냐"면서 "신규선박을 사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고선박을 사서 운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객선 선령 제한이 완화되면서 청해진해운 등 영세 연안여객사업자들이 노후선박을 인수할 유인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해양수산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67개 연안여객사업자 가운데 자본금 10억원 미만 업체가 44곳(66%)에 달한다.
앞선 A은행의 선박금융담당 관계자는 "(해당은행이) 시설자금대출을 취급하는 데 얼마나 안전장치를 했느냐, 부실하게 심사하지 않았느냐 등으로 문제가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시설자금 통한 노후선박 구입 부작용 따져야
금융권을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금융당국은 산업시설자금 대출을 통한 노후선박 증가 등에 대한 통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출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을 것이란 언급만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할 때는 기업의 신용도와 완전성을 다 따져보고 심사한다"면서 "산은이 정책금융기관이고 감사원 지적도 받는 상황에서 이상한 형태로 대출이 나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노후연령 선박에 대한 여신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준 부분이 있기는 한데, 우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현재 청해진해운을 포함해 관계사까지 은행에서 나간 여신규모를 파악하고,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법 개정에 따른 여객선 선령 제한 완화, 중고선박 증가로 이어져 국민 안전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산업시설자금을 통한 노후선박 구입 실태의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