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도대체 언제 나옵니까?", "그렇게 늦게 공개하는 이유가 뭔가요?"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연봉이 최초로 공개된 지난달 31일 오후 금융회사 기자실의 수화기 너머에서 자주 이뤄진 대화다.
모든 언론사 기자들은 목을 빼고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사업보고서를 기다렸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연봉이 세상에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보고서는 늦게까지 숨어있었다. 거의 모든 금융지주와 은행은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31일에야 그것도 오후 5시께가 돼서야 일제히 쏟아내기 시작했다.
더욱이 공시되는 시간을 보면, 이들은 마치 사전에 서로 모의라도 한 것처럼 비슷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사업보고서를 공개해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의 화살을 완화해 보자는 의도에서 벌어진 '촌극'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런 촌극은 금융회사 스스로 최고경영자 등의 연봉에 뭔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현재 보수공시 제도가 등기 임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보수의 공개 범위가 근로, 상여, 퇴직, 기타 소득 등으로 구분돼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상황에서 끝까지 '눈치작전' 을 벌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굳이 이렇게까지 공시를 늦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회장과 행장의 연봉 공개로 개별 회사간, 임원간, 임직원간 서열화,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연봉을 공개하는 것은 고액 연봉 논란을 불러 해당 임원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임원 보수를 공개해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보수 자체가 많은 것은 기준의 합리성만 보장된다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자유로운 부의 축척이라는 땔감을 통해 굴러간다.
임원 보수 공개는 외려 위화감 조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성과보상 문화와 부에 대한 쓸데없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점도 있다.
최근 정보 유출 등으로 '신뢰의 문제'가 금융권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스스로 연봉 공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라면 금융회사에 대한 이미지만 더 나빠질 것이다.
만약 금융권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면 그것은 최고경영자의 고액 연봉 탓이 아니다. 얼마이든 어떤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그 기준의 합리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일 것이다.
연봉 공시 자체가 늦어지고 '짬짜미'하는 의혹이 짙어질수록 찜찜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하게 받아간다고 떳떳하게 공개하는 금융회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