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의지 상실, 경직된 장관 등 경제관료 우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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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1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핌=홍승훈 기자] "서비스산업 빅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영종도 프로젝트는 박근혜식 4대강 사업이 될 것 같다."(전성인 홍익대 교수).
"경제민주화가 사라졌다. 이것 없이는 내수 활성화도 어렵다."(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구조는 잘 짜놨는데 문제는 실천이다. 정작 움직여야할 장관이나 경제관료들이 너무 경직돼 있다."(최영일 시사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발표한 담화문 형태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깨알같은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불균형 등 해결해야 될 구조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 전에 경제 체질을 바꾸고, 비정상적인 관행들을 고치면서 저성장 굴레를 끊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이를 위해 3개년 계획의 핵심전략으로 내건 것은 △ 기초가 튼튼한 경제(비정상의 정상화) △ 역동적인 혁신경제(창조경제) △ 내수 수출 균형경제(내수기반 확충) 등 3가지. 이를 통해 3년뒤인 2017년에 4%대 잠재성장률, 70%의 고용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위한 초석마련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세번째 전략인 '내수 수출 균형경제'를 주목한다. 공공기관 개혁을 화두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담긴 첫번째 전략(기초가 튼튼한 경제)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조해왔던 알려진 내용인데다 서민생활과 직결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업과 벤처육성안을 담은 두번째 전략(역동적인 혁신경제) 역시 예상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지만 현실화되기엔 시간이 걸리고 진행과정을 좀더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세번째 전략(내수기반 확충)은 조금 달랐다. 최근 내수경기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내수진작책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다는 평가 속에 보건의료와 교육, 금융 등 이해관계자들이 숱하게 엮여있는 점도 관심을 키우는 이유로 풀이됐다.
서비스산업 빅뱅 실현전략을 살펴보면 크게 5가지다.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가 정부가 콕 찍은 유망 서비스업이다.
일례로 영종도와 송도, 제주도 3곳을 의료, 레저, 엔터테인먼트 복합지역으로 조성해 관광메카로 만들겠다는 것. 이를 정부는 '한국판 싱가포르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또 경제자유구역내에 투자개방형 병원 규제를 대폭 낮추고 우리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지원하고, 무용과 음악, 호텔경영 등의 해외우수 특성화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규제완화 방안도 담겨있다.
금융분야의 경우 진입규제를 단순화하고 영업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복안도 강조됐다.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방안이 서비스산업 빅뱅인데 이는 물론 중요하지만 모순도 많다"고 지적했다.
"경자구역내 투자개방형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의료민영화의 전단계로 해석되고, 영종도 등 3곳을 찍어 개발하겠다는 '한국판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사실상 토목사업으로 변질돼 박근혜판 4대강 사업이랄 수 있다"
특성화대학 유치 역시 무용 음악 호텔경영 등의 특성화 학교가 아닌 제대로 된 세계 유수대학 분교를 유치해 다양한 분야를 들여와야 우수인력 양성을 통한 산업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분야 규제의 네거티브 전환에 대해서도 전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트렌드가 규제의 재강화인데 판매행위, 불완전판매 등을 야기할 수 있는 영업규제의 네거티브 전환은 제2의 동양사태를 만들 수 있다"며 "불과 얼마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 투자 피해사례를 보고도 이같은 방향을 세울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민주화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명칭부터가 경제개혁 5개년 계획을 떠올리는 구시대적 타이틀"이라며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은 물건너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안 팀장은 "내수가 좋아지려면 서민들 지갑이 두둑해져야 하는데 1000조원에달하는 가계부채문제와 개선되지 않는 전월세문제에 대한 달라진 정부 인식을 찾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디테일한 정책제시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야전에서 뛰어야 할 사령관들(경제관료와 장관들)의 경직된 태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구조는 잘 짰는데 이런 생태계안에서 정작 물고기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를 실천할 장관들과 경제라인들의 경직된 모습이 우려스럽다. 대통령이 깨알같은 정책을 꺼내놨을때 야전사령관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영혼없는 관료주의로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이번 3개년 계획을 보면 빛이 잘 나지 않는 사회안전망과 서비스 강화책은 눈에 띄지 않고 몇몇 부문만 화끈하게 지원해 성공사례를 만들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특히 금융과 부동산관련 정책의 이면을 보면 결국 버블을 만들어내 단기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럴 경우 정권 후반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