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우수연 기자] 21일 정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있는 카드 센터. 수백명의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섰다. 줄은 연결된 롯데 호텔 지하까지도 이어졌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장년층. 전화도 안되고 인터넷 사용도 어려워 카드 재발급을 신청하거나 해지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롯데카드와 백화점 안내 직원들이 서서 일부 고객들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간다. 롯데카드 관계자가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내일 중으로 카드사 쪽에서 연락을 주겠다"라고 돌려보내는 장면도 목격됐다.
사상 최대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고 개인 정보 유출 확인 서비스가 시작된 후 두번째 영업일을 맞은날, 고객들은 칼바람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본격적으로 카드 재발급 등의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소공동 롯데 백화점 지하 1층 카드 센터에서 만난 신 모씨(50대, 주부)는 "재발급 하려고 왔다. 인터넷도 안 되고 하루종일 전화도 전혀 안 받아서 이러고 나왔다"며 "일단은 연회비가 남아 있어서 재발급 받고 1년은 쓰려고 한다. 전화만 됐으면 전화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전화대기 시간이 길어져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나온 것에 분통을 터트린 것이다. 신 씨는 두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롯데카드의 경우,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 씨와 함께 나온 딸 김 모씨(20대, 학생)은 "백화점에서만 재발급·해지 신청을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하물며 집 근처 마트에서만이라도 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사람이 몰리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홍보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카드 창구는 롯데백화점에는 다 있고, 마트는 일부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금 줄이 너무 길고 대기시간이 길어서 대기자가 몇 명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은 안 된다"며 "대신에 성명과 전화번호를 받고 내일 전화를 드려서 해지나 재발급 절차를 상담을 통해 도와드리겠다고 하고 돌려보내는 인원도 많다. 여기 계신 분들은 끝까지 재발급 받겠다 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45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서여의도 지점 창구, 영업 마감 시간 한시간 여를 앞둔 상황에서도 대기석에 앉을 자리가 없다.
국민은행 한 청원경찰은 "보통 점심 시간 이후에는 사람이 많지만, 오늘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며 "카드 재발급 신청 고객 분들도 섞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시간을 쪼개 카드 재발급을 받으러 나왔다는 김 모씨(여, 30대 회사원)은 카드 재발급과 관련해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창구 업무는 4시까지밖에 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연장 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씨의 대기 번호표에는 대기인원이 27명이라고 찍혀 있었다.
이미 카드 재발급을 받고 다른 일반 은행 업무를 보는 이도 있었다. 본인을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심 씨(남, 60대 공무원)는 "크게 불안하지는 않지만, 카드 유효기간과 카드 번호가 유출됐다고 하니 다른 물건 구매 등에 쓰일까 걱정"이라며 "카드를 바꾸는 게 안전할 것 같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3시 10분 서울 서대문 NH농협은행 본점 영업부. 창구는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다. 20여명 가까운 고객이 대기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이 모두 카드 재발급 요청 고객은 아니다.
이 모씨(50대, 주부)는 "아무래도 개인정보가 유출돼서 불안하다"며 "이제 막 은행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 씨 앞에 기다리고 있는 대기고객은 24명, 예상 대기시간은 48분으로 돼 있다.
농협은행에서는 이번 고객 유출과 관련한 직원의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있었다. 은행 관련 직원이 "정보가 외부로 나가지는 않았고, 비밀번호도 유출되지 않았다"며 "그냥 사용하셔도 크게 문제는 없다"고 설명하자,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 고객은 카드 재발급을 신청하지 않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주위에 물건을 사러 왔다 농협은행에 잠시 쉬러 왔다는 배 씨(50대 중반, 주부)취재를 하러 간 기자를 붙잡고 "카드를 꼭 재발급 받아야 하는 것이냐"며 외려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아직 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성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카드 3사의 누적 재발급 요청 건수는 총 61만6800건으로, 해지 요청 건수(누적 기준)는 53만2700건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이들 카드사의 재발급 및 해지 신청 건수는 총 114만9500건에 달했다.
이날 정오까지 누적으로 KB국민카드 16만8000건, NH농협카드 30만8000건, 롯데카드가 14만800건의 재발급 요청을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