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 골프장에서 골퍼들의 ‘꼼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P와 K도 골프장에서 만큼은 앙숙이다. 내기골프를 해도 서로 물고 물리는 사이다. 이 두 사람이 있으면 시끄럽다. 또 얼굴 붉히는 일도 일어난다. 스코어는 둘 다 잘 나오면 80대 중반, 아니면 90타를 넘기기도 한다.
두 사람은 최근 동호회 월례회 라운드에 나갔다.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은 유명하다. 시끄러운 걸로.
그래서 동호회 총무는 조편성을 하면서 두 사람을 떼어 놓기로 했다. 서로 잔뜩 벼르고 나왔지만 결국 앞 뒤 팀으로 라운드를 하게 됐다. 두 사람은 아쉬움이 컸다.
바로 앞 팀에서 라운드 한 P는 지난 주 K에게 내기골프에서 진 처지여서 아쉬움은 더 컸다.
그래서 P는 K를 골탕 먹이기로 작정했다. 후반 16번 홀에서 기회가 왔다. K가 친 드라이버 샷이 잘 맞아 장타가 나왔다. 하지만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이때 앞 팀에서 플레이하던 P가 러프에서 마지막으로 두 번째 샷을 하고 지나가다 K의 볼을 발로 밟아 버렸다.
K는 지면에 절반도 넘게 박힌 볼을 보고 난감해 했다. 솔직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대부분의 아마추어골퍼들이야 이 경우 규칙을 무시하고 빼내고 치든지 적당히 치지만.
이 경우 골프규칙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다. K의 볼은 정지하고 있는 볼이 국외자(경기자의 사이드에 속하지 않은 사람과 사물)에 의해 움직여진 경우다, 규칙 제18조 사항.
여기서 볼이 움직였다는 것은 지면 위에서 사방으로 움직여진 것은 물론 상하로 움직여진 것까지 포함된다. K의 볼은 상하로 움직인 것.
규칙 제18조 제1항은 ‘정지해 있는 볼이 국외자에 의해 움직여졌을 때는 벌 없이 다음 스트로크를 하기 전 라플레이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의 경우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리플레이스의 장소가 문제다. 어디에 하느냐는 것.
볼을 집어 올려 리플레이스 해야 다시 박혔던 곳에 들어갈 것이다. 볼을 집어 올려 박혔던 지점을 원상회복시키면 라이개선에 걸려 벌타를 먹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쳐도 ‘리플레이스 해야 한다’는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게 돼 2벌타 감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플레이스 또는 리플레이스를 요하는 볼의 원라이가 변경됐을 때 해저드 이외의 장소에서는 홀에 접근하지 않고 원위치에서 1클럽길이 이내의 장소에 원라이에 가장 가까운 라이에 플레이스해야 한다’는 규칙 제20조 3b 규정을 작용 받으면 된다. 쉽게 말하면 K는 벌타 없이 볼이 박혔던 지점 바로 옆에 볼을 리플레이스 하고 치면 된다.
골탕을 먹이더라도 규칙을 잘 알아야 제대로 먹일 수 있다. 밟아 버리고 싶어도 말이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