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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의 느리게 걷기] 따듯한 마음

기사입력 : 2013년05월09일 14:08

최종수정 : 2014년06월23일 10:49

갑자기 유리창 밖으로 하얀 눈이 내린다.
‘앗.. 이 봄에 웬 함박눈 이지?’
나는 정말 눈이 오는 줄 알았다. 하염없이 나풀 나풀 떨어져지고 있는 저것의 정체는?
자세히 보니 벚꽃 잎이 바람이 불때마다 한꺼번에 함박 눈 내리듯 떨어지는데 그 모습이 반짝 반짝 황홀하게 아름답다.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 봄은 슬그머니 벌써 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제비꽃이 만발했고 앵두도 라일락도 명자꽃도 활짝 피어 내가 천국의 한 가운데 서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자연의 시계는 항상 내 배꼽시계만큼 정확하다.
한달 전만해도 변덕스럽게 추워서 이러다가 봄 없이 바로 여름이 되버리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내가 없음 말이 되냐며 봄이 기어코 오고야 말았다.

초보 농부인 나는 올해 씨감자를 심었는데 씨눈을 반으로 또는 삼등분으로 잘라 심은 감자에서 싹이 나올까 싶더니 한 열흘 신경을 다른데 쓰는 사이 어느새 싹이 한 뼘이나 자라있다.
신기하고 놀랍고 고마워서 감자밭 고랑을 몇 번이나 돌면서 잡초 나지 말라고 덮어준 비닐 안에서 밀고나오지 못하고 있는 감자 싹 들을 일으켜 세워주고 어느새 난 잡초들도 뽑아줬다.

한 낮에 땡볕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러고 보니 땡볕에 나와 일하고 있는 건 나하나 뿐.

초보는 초보다.
농부들은 부지런하여 낮에는 거의 사람구경을 하기 힘들다.
동트면 어느새 일 시작했다 일 끝났다.. 출근길에 보면 어제까지 없었던 고추모종이 일렬로 심겨져 있다.
동네 분들이 거의 농사를 지으니 감자며 고구마를 얻어만 먹었었는데 이제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수확 하려면 갈 길은 먼데 벌써부터 신난다.

도심에서 살다 농촌으로 이사 온지 8년.
그 사이 나는 우리 동네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며 사는데 제일 큰 소득은 ‘따듯한 마음’을 배운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노부부가 두부를 만드는 '콩사랑'이란 식당에 단골손님이 되었다.
아저씨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두부를 만들고 아줌마는 내가 좋아하는 외가집 같은 허름한 시골집에서 두부를 부쳐도 주고, 찌개도 끓여주고, 비지도 보글보글 끓여준다.

농사를 지으니 제철 푸성귀 인심 후 하고 재수좋은 날은 산에서 직접 채취해온 두릅순 이며 이름도 모르는 나물들도 실컷 얻어먹을 수 있다.
작년에는 무 농사가 잘돼 무 하나가 후배 강호동 다리통만 했다.
무 뽑는 날 밭에서 나도 함께 뽑으며 얼마나 행복했던지.. 심지어 내가 뽑은 무는 내가 가져왔다. 몇 개만 가져왔는데도 얼마나 큰지 차 트렁크에 한가득 인 것 같았다.

배추 농사가 풍년이면 배추를 얻어오는 행운도 있고, 그 집 고추 농사가 잘되면 더불어 나도 고추구경 실컷 했다.
은근 마음속으로 이집 농사가 잘되기를 기도했다. 그래야 떡고물이 떨어지니까.

그런데 어느 날 참새 때문에 농사를 망치고 있다며 속상해 하셨다.
"참새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어떻게 알고 새순이 올라오면 똑똑 따먹는지 아주 얄미워.. 그래서 내가 비닐하우스 문을 살짝 열어놨지. 그랬더니 아니나 달라.. 떼로 거기 심어놓은 싹을 노리고 한 무리가 들어가더라.. 그래서 내가 이때다 싶어 문을 닺았지. 한낮에 땡볕에 비닐하우스 안에.. 지들이 거기서 얼마나 베겨?.. 좀 기다렸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봤더니 전부 열기에 질식해서 비실거리면서 헥헥 대더라고 그래서 잠자코 쌀봉투에 한 마리 한마리 주워 담았지.. 꼼짝을 못하더라고."

아.. 나는 여기까지 듣고 그 참새들의 앞날이 뇌리를 스쳐갔다.
포장마차에 옷벗고 나란히 누워있을 운명?
그런데 그 뒤에 붙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하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그 봉투를 가지고 나와 가지고 고민을 했지. 여기서 참새들을 풀어주면 우리 동네 지리를 잘 아니까 또 날라 올거 아녀? 그래가지고 이 쌀봉투를 들고 차를 타고 저~기 먼 동네까지 가서 그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 풀어주고 온거여.. 설마 거기서는 못 찾아 오것지."

또 이런 마음도 있다.
며칠 전 점심을 먹으러 동네 식당에 갔다.
1층에도 자리가 많은데 2층으로 올라가라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테이블 전체에 두부찌개냄비가 올려 져 있고 상이 다 차려있었다.
아마도 예약이 되 있는 듯싶은데 어디에 앉으라는 이야기인가 잠시 망설이고 있었는데 끝 테이블 쪽에 앉아있던 손님 네 사람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낮 익은 면사무소직원들 이었다.
아침에 인감증명서 한통을 떼려고 면사무소에 갔다가 주민등록증을 깜박하고 가져가지 않아 그냥 허탕치고 돌아서 나오려던 참에 "김 미화 씨!"하고 불러 돌아봤더니 담당여직원이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다시 돌아가 앞에 서니 "다음엔 꼭 가져오셔야 해요.. 이거 문제생기면 제가 책임져야 하는건데요" 하면서 발급해 준다. "어허.. 책임지시면 안 되는데.. 며칠 뒤에 장보러 나올 때 꼭 가져올께요" 하는 나도 내심 다시 발걸음 안 해도 되니 고맙다.

그런데 그 여직원 일행을 식당에서 또 만난거다.
어리둥절하고 있던 나에게 "여기 누가 단체로 예약해 놓고 펑크 냈데요.. 그래서 저희도 두부찌개 먹어요." 그 여직원이 웃으면서 설명했다.
"그래요! 그럼 우리도 두부찌개 먹어야 겠네" 했다.
우리 테이블 두부찌개가 보글보글 끓으려 할 때 손님 두 사람이 올라왔다.
메뉴를 보더니 비지찌개를 시켰다.

"아유.. 오늘 이 두부찌개 참 맛있다 그치!.. 오늘은 참 특별한 맛이네.. 다른 때랑 다르게 특별하게 맛있네.." 누군가가 잘 들리게 또박 또박 이야기했다.
돌아보니 아까 그 여직원이 새로 온 손님 들으라고 큰소리로 마치 동료들과 이야기 하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고 있다.

당연하게 뒷 손님이 그 이야기를 들었고 "정말.. 테이블에 웬 냄빈가 했더니 이게 두부찌갠가보네" 했다. 이때를 놓칠세라 여직원이 웃으며 더 적극적으로 돌아보며 손님을 향해 이야기 한다. "예.. 누가 예약해 놓고 안 왔데요.. 근데 진짜로 맛있어서 저희도 이거 그냥 먹어요." 한다. "어.. 그럼 우리도 두부찌개 먹지 뭐.. 아줌마 그냥 두부찌개 먹을께요."

그 마음이 하두 예뻐서 밥먹다 말고 그 아가씨와 눈을 마주치고 씨익 웃었다.
그날 우린 눈으로 이야기 했다.
"아유.. 마음이 이쁘기도 하지"
"히히히... 뭘 요"

프로필

-KBS 2기 공채 개그맨
-성균관대학교사회복지학 학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 박사과정
-희망서울 홍보대사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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