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Anda 이슈

속보

더보기

[김미화의 느리게 걷기] 따듯한 마음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갑자기 유리창 밖으로 하얀 눈이 내린다.
‘앗.. 이 봄에 웬 함박눈 이지?’
나는 정말 눈이 오는 줄 알았다. 하염없이 나풀 나풀 떨어져지고 있는 저것의 정체는?
자세히 보니 벚꽃 잎이 바람이 불때마다 한꺼번에 함박 눈 내리듯 떨어지는데 그 모습이 반짝 반짝 황홀하게 아름답다.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 봄은 슬그머니 벌써 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제비꽃이 만발했고 앵두도 라일락도 명자꽃도 활짝 피어 내가 천국의 한 가운데 서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자연의 시계는 항상 내 배꼽시계만큼 정확하다.
한달 전만해도 변덕스럽게 추워서 이러다가 봄 없이 바로 여름이 되버리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내가 없음 말이 되냐며 봄이 기어코 오고야 말았다.

초보 농부인 나는 올해 씨감자를 심었는데 씨눈을 반으로 또는 삼등분으로 잘라 심은 감자에서 싹이 나올까 싶더니 한 열흘 신경을 다른데 쓰는 사이 어느새 싹이 한 뼘이나 자라있다.
신기하고 놀랍고 고마워서 감자밭 고랑을 몇 번이나 돌면서 잡초 나지 말라고 덮어준 비닐 안에서 밀고나오지 못하고 있는 감자 싹 들을 일으켜 세워주고 어느새 난 잡초들도 뽑아줬다.

한 낮에 땡볕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러고 보니 땡볕에 나와 일하고 있는 건 나하나 뿐.

초보는 초보다.
농부들은 부지런하여 낮에는 거의 사람구경을 하기 힘들다.
동트면 어느새 일 시작했다 일 끝났다.. 출근길에 보면 어제까지 없었던 고추모종이 일렬로 심겨져 있다.
동네 분들이 거의 농사를 지으니 감자며 고구마를 얻어만 먹었었는데 이제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수확 하려면 갈 길은 먼데 벌써부터 신난다.

도심에서 살다 농촌으로 이사 온지 8년.
그 사이 나는 우리 동네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며 사는데 제일 큰 소득은 ‘따듯한 마음’을 배운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노부부가 두부를 만드는 '콩사랑'이란 식당에 단골손님이 되었다.
아저씨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두부를 만들고 아줌마는 내가 좋아하는 외가집 같은 허름한 시골집에서 두부를 부쳐도 주고, 찌개도 끓여주고, 비지도 보글보글 끓여준다.

농사를 지으니 제철 푸성귀 인심 후 하고 재수좋은 날은 산에서 직접 채취해온 두릅순 이며 이름도 모르는 나물들도 실컷 얻어먹을 수 있다.
작년에는 무 농사가 잘돼 무 하나가 후배 강호동 다리통만 했다.
무 뽑는 날 밭에서 나도 함께 뽑으며 얼마나 행복했던지.. 심지어 내가 뽑은 무는 내가 가져왔다. 몇 개만 가져왔는데도 얼마나 큰지 차 트렁크에 한가득 인 것 같았다.

배추 농사가 풍년이면 배추를 얻어오는 행운도 있고, 그 집 고추 농사가 잘되면 더불어 나도 고추구경 실컷 했다.
은근 마음속으로 이집 농사가 잘되기를 기도했다. 그래야 떡고물이 떨어지니까.

그런데 어느 날 참새 때문에 농사를 망치고 있다며 속상해 하셨다.
"참새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어떻게 알고 새순이 올라오면 똑똑 따먹는지 아주 얄미워.. 그래서 내가 비닐하우스 문을 살짝 열어놨지. 그랬더니 아니나 달라.. 떼로 거기 심어놓은 싹을 노리고 한 무리가 들어가더라.. 그래서 내가 이때다 싶어 문을 닺았지. 한낮에 땡볕에 비닐하우스 안에.. 지들이 거기서 얼마나 베겨?.. 좀 기다렸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봤더니 전부 열기에 질식해서 비실거리면서 헥헥 대더라고 그래서 잠자코 쌀봉투에 한 마리 한마리 주워 담았지.. 꼼짝을 못하더라고."

아.. 나는 여기까지 듣고 그 참새들의 앞날이 뇌리를 스쳐갔다.
포장마차에 옷벗고 나란히 누워있을 운명?
그런데 그 뒤에 붙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하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그 봉투를 가지고 나와 가지고 고민을 했지. 여기서 참새들을 풀어주면 우리 동네 지리를 잘 아니까 또 날라 올거 아녀? 그래가지고 이 쌀봉투를 들고 차를 타고 저~기 먼 동네까지 가서 그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 풀어주고 온거여.. 설마 거기서는 못 찾아 오것지."

또 이런 마음도 있다.
며칠 전 점심을 먹으러 동네 식당에 갔다.
1층에도 자리가 많은데 2층으로 올라가라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테이블 전체에 두부찌개냄비가 올려 져 있고 상이 다 차려있었다.
아마도 예약이 되 있는 듯싶은데 어디에 앉으라는 이야기인가 잠시 망설이고 있었는데 끝 테이블 쪽에 앉아있던 손님 네 사람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낮 익은 면사무소직원들 이었다.
아침에 인감증명서 한통을 떼려고 면사무소에 갔다가 주민등록증을 깜박하고 가져가지 않아 그냥 허탕치고 돌아서 나오려던 참에 "김 미화 씨!"하고 불러 돌아봤더니 담당여직원이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다시 돌아가 앞에 서니 "다음엔 꼭 가져오셔야 해요.. 이거 문제생기면 제가 책임져야 하는건데요" 하면서 발급해 준다. "어허.. 책임지시면 안 되는데.. 며칠 뒤에 장보러 나올 때 꼭 가져올께요" 하는 나도 내심 다시 발걸음 안 해도 되니 고맙다.

그런데 그 여직원 일행을 식당에서 또 만난거다.
어리둥절하고 있던 나에게 "여기 누가 단체로 예약해 놓고 펑크 냈데요.. 그래서 저희도 두부찌개 먹어요." 그 여직원이 웃으면서 설명했다.
"그래요! 그럼 우리도 두부찌개 먹어야 겠네" 했다.
우리 테이블 두부찌개가 보글보글 끓으려 할 때 손님 두 사람이 올라왔다.
메뉴를 보더니 비지찌개를 시켰다.

"아유.. 오늘 이 두부찌개 참 맛있다 그치!.. 오늘은 참 특별한 맛이네.. 다른 때랑 다르게 특별하게 맛있네.." 누군가가 잘 들리게 또박 또박 이야기했다.
돌아보니 아까 그 여직원이 새로 온 손님 들으라고 큰소리로 마치 동료들과 이야기 하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고 있다.

당연하게 뒷 손님이 그 이야기를 들었고 "정말.. 테이블에 웬 냄빈가 했더니 이게 두부찌갠가보네" 했다. 이때를 놓칠세라 여직원이 웃으며 더 적극적으로 돌아보며 손님을 향해 이야기 한다. "예.. 누가 예약해 놓고 안 왔데요.. 근데 진짜로 맛있어서 저희도 이거 그냥 먹어요." 한다. "어.. 그럼 우리도 두부찌개 먹지 뭐.. 아줌마 그냥 두부찌개 먹을께요."

그 마음이 하두 예뻐서 밥먹다 말고 그 아가씨와 눈을 마주치고 씨익 웃었다.
그날 우린 눈으로 이야기 했다.
"아유.. 마음이 이쁘기도 하지"
"히히히... 뭘 요"

프로필

-KBS 2기 공채 개그맨
-성균관대학교사회복지학 학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 박사과정
-희망서울 홍보대사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진행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대통령 지지율 59.7% [리얼미터]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9.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0.2%포인트(p)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16회 국무회의 겸 5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5월 1주차 주간동향(에너지경제 의뢰, 4~8일 조사,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살펴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0.2%p 상승한 59.7%, 부정평가는 0.7%p 오른 35.7%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4.6%였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4월 3주차 65.5%까지 오른 뒤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주 59.5%까지 떨어졌다. 3주 만에 긍정평가가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부정평가 역시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리얼미터는 "코스피 7500선 돌파와 경상수지 최대 흑자 등 경제 호재가 상승을 견인했지만 조작기소 특검을 둘러싼 갈등과 개헌안 무산 등 정국 혼란이 상승폭을 상쇄하며 지난주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권역별로 보면 광주·전라(83.0%)에서 가장 높았고 인천·경기(64.6%)와 대전·세종·충청(61.4%) 등 대다수 지역에서 긍정평가가 우세했고 대구·경북(44.1%)과 부산·울산·경남(52.4%)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정당 지지도 조사(7~8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8.7%, 국민의힘이 30.9%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0.1%p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0.7%p 하락했다. 이어 개혁신당 3.5%, 조국혁신당 3.2%, 진보당 2.2% 순이었다. 무당층은 8.5%로 나타났다.  the13ook@newspim.com 2026-05-11 08:22
사진
대검, 오늘 박상용 검사 징계 논의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대검찰청 감찰위원회가 이르면 11일 오후 '연어 술 파티 진술 회유 의혹'을 받는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이르면 이날 감찰위원회를 열어 박 검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박 검사에 대한 징계 시효가 오는 16일 자정 만료되는 만큼 이번주 안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감찰위는 최근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로부터 "술자리가 있었다"는 감찰 결론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주장과 박상웅 전 쌍방울 이사가 법인카드로 소주를 구입한 기록 등을 근거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가 11일 오후 '연어 술 파티 진술 회유 의혹'을 받는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한다. 사진은 박 검사. [사진=뉴스핌DB] '연어 술 파티 의혹'은 박 검사가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에서 이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연어·술을 제공해 진술을 회유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박 전 이사는 지난달 28일 국회 조작기소 국정조사에서 "소주를 산 건 맞지만 차 안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먹었다"고 밝혔다. 박 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역시 "술을 마신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박 검사는 TF 조사 과정에서 의혹을 설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이날 감찰위의 출석 통보 없이도 직접 출석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검 감찰위 규정에는 위원회에서 대상자를 위원회에 출석시켜 질문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대검에 출석해 대기하고 있겠다"고 밝혔다. 감찰위는 법조계 내외부 인사 5~9명으로 구성되며 TF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총장에게 심의 결과를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강제력은 없으나, 검찰총장은 지금까지 대부분 감찰위 결정을 따라왔다. 구자현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징계를 청구할 경우, 이달 16일 자정 만료되는 박 검사의 시효는 정지된다. 이후 법무부 산하 검사징계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박 검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게 된다.  yek105@newspim.com 2026-05-11 08:28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