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러시아 통화정책 수장이 바뀐다. 처음으로 여성이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됐으며 물가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두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엘비라 나비울리나(49)를 새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했다. 선진 8개국(G8) 가운데에선 첫 여성 중앙은행 총재 임명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이 중앙은행 총재가 된 경우는 아르헨티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등 정도로 적다.

세르게이 이그나티예프 현 총재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물가 관리에 방점을 더 두어왔다. 그는 지난 2002년 17%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율을 배경으로 중앙은행을 이끌게 됐었다.
푸틴 대통령이 새 총재에 자신의 코드를 잘 이해하는 나비울리나를 선택한 것은 물가보다는 성장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나비울리나 새 총재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
그러나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나비울리나 총재 임명자가 금융위기를 겪을 당시 경제정책을 맡아 잘 관리해 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이그나티예프 총재 하에서 유지됐던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르네상스에서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이반 차카로프는 "투자자들은 이번 인선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 화폐 가치는 떨어지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통화정책 방향을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정부 내 금리인하 요구를 번번히 거부해 온 이그나티예프 현 총재는 최근들어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특히 "상품(commodity) 수출국가로서 러시아는 현재 연 3~3.5%보다 더 높은 성장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고르 슈발로프 제1부수상이 대표적.
2조달러에 이르는 규모의 러시아 경제는 지난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래 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6%였으며 산업생산은 3년여만에 처음으로 위축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올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의 '입맛'에 맞게 중앙은행 총재가 갈린 경우는 최근 헝가리에서도 있었다. 빅터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부양론자 조르지 머톨치 재무장관을 차기 중앙은행 총재에 선임한 상태며, 헝가리 중앙은행은 지난달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7개월 연속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포린트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물러나는 안드라스 시모르 총재는 금리인하에 반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비울리나 총재 임명자는 의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나 푸틴의 이너 서클에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란 점에서 큰 무리없이 오는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들어 G8 국가 통화정책 수장들이 잇따라 바뀌고 있다. 일본과 영국,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교체됐고 벤 S.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두 번째 임기는 내년 1월에 끝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