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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채의 화폐화라는 금기를 깨라?

기사입력 : 2013년02월06일 14:12

최종수정 : 2013년02월06일 14:29

[뉴스핌=김사헌 기자] 정부의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국채를 매각하는 것을 재정 혹은 정부 부채의 화폐화(Debt Monetization)이라고 부르는데, 과거 경제정책에서는 금기시되던 이러한 정책이 이젠 공공연하게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당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인 중앙은행을 정부의 재정 부족분을 보충하는 일에 동원하는 것이고, 나아가 본원통화의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재정 부담이 민간 주체에게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금융당국자들은 화폐를 찍어낸다고 해서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부채 화폐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냐"

지난 5일 영국 금융감독청장직을 떠나는 로드 터너(Lord Turner)도 이 문제에 대해 "한계만 주어진다면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반드시, 분명히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고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임사를 통해 터너 청장은 무제한적으로 화폐를 찍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언제나 나쁜 정책이라는 금기를 깨뜨리는 '지적인 명쾌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파이낸셜타임스(FT)와 대담에서는 "분명이 이런 정책이 매우 위험한 것이라는 점은 전적으로 인정하지만, 의료에서 특정한 상황에 소량의 독약을 사용하듯이 위험을 무릅써야 할 때도 있는 법"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재정의 화폐화는 이미 1930년대 독일과 1990년대 일본이 활용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독일은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끔찍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터너 청장은 독일의 과거 경험에 대해서도 화폐를 찍어서 재정을 조달하지 않았더라면 다시 장기 불황이 발생하면서 또다른 '히틀러 통치시대'가 열리는 재앙을 겪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터너 청장은 이어 "발행한 화폐가 모두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은 분명히 절대로 사실이 아니며, 이런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제대로 된 경제학 이론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역시 기초 경제여건이 취약해서 수요와 물가 시그널에 대응할 수 없다면 추가적인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 인플레이션, 실물 아닌 금융자산 쪽에서 발생

현대 양적완화 정책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일본의 장기 불황 경험에 대해 "헬기에서 찍은 돈을 뿌렸으면 됐을 것을"이라고 말해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을 얻더니 연준 의장이 된 뒤에 소신대로 막대한 달러화를 찍어냈다. 최근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무려 3조 달러가 넘었다는 자료가 발표된 바 있다.

버냉키 의장도 "당장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화폐를 찍어내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제한 화폐 찍기와 인플레이션 간의 필연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연준 내부에서나 금융시장에서 그에 대한 비판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결국은 무시무시한 인플레이션이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당장은 괜찮은가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가 아는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미국 국채 거품 논란이 회사채와 고수익채로 옮겨가는 것에서 발견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 거품이 이제는 주식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더이상 채권금리가 내려갈 곳이 없어지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때문에 중앙은행이 찍어 놓은 돈이 점차 주식과 상품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에 기초한 얘기다.

2013년 1월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이미 투자자금의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대 전환(great rotation)"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펀드와 특히 미국 주식 쪽으로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 로마제국에서 바이마르공화국 경험까지

과도한 정부부채가 결국 화폐의 증발로 이어지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경험은 적지 않다. 고대 로마제국이 그랬고 중국 명나라의 경험과 프랑스 혁명기, 미국 초창기와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때에도 불어난 채무로 인한 국가 부도사태를 화폐를 찍는 방식으로 벗어나보려다 인플레이션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9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결의할 때 홀로 반대한 뒤에 고대 로마제국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미스토펠레스가 과도한 부채를 진 로마제국에게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화폐를 찍어내면 된다고 설득한 것을 들면서 "악마의 그림자가 다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분데스방크는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영국 등으로부터 금을 본국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말들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금이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방어에 이용되는 중요한 자산이었다는 점과, 화폐가 아닌 경화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체자산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행보다.

바이트만 총재는 금에 대해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기에 통화로 활용된 물질로, 내재적 가치로 인해 가치의 교환과 지급 축장이 가능한 영원한 보편통화"라고 언급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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