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손희정 기자] 주택시장이 연초부터 '멘붕' 상태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취득세 감면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올 연초 주택거래 공백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 몇 달만 기다리면 깎아줄게 뻔한 세금을 내야 하는데 집을 살 바보는 없다. 이대로라면 주택시장은 침체를 떠나 '동결' 상태가 된다.
물론 주택 거래 공백이 몇 달 나타난다고 나라가 뒤집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와 국회 입법활동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지난해 연말까지 종료되는 주택 취득세 추가 감면 제도를 새해에도 이어나갈 것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본회의가 예산처리 문제로 가동될 때에도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취득세를 1%까지 낮추는 취득세 추가 감면 개정안은 국회에 올려지지 않았다. 국회도 정부도 모두 뒷짐만 지고 있었다.
굳이 지킬 마음이 나지 않았던지 아니면 취득세 감면이 우선 처리해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지 박 당선인 측은 정부가 수립되기 전부터 이미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셈이 됐다.
국민들은 지난 10년간 주택가격 급등기와 침체기를 겪으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경험해본 바 있다.
참여정부 당시 수 십 번의 집값 억제책에도 집값은 급등했다. 집값 안정보다는 오히려 풍선효과로 다른 호재를 발생시켰고 집값이 요동치는 결과를 불러왔다.
또 MB정부의 20여 차례 경기부양책에도 수요급랭으로 거래활성화에 실패한 경험이 그 것이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또다시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당선인측은 이달 임시국회서 주택취득세 감면 연장 추진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대응은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다. 이미 주택시장의 '멘붕'이 시작된 이후에야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다. 소를 잃더라도 빨리 외양간을 고쳐놓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정부가 외양간을 고치는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 그리고 그럴 의지는 얼마나 있을까?
취득세 감면의 핵심은 지방세 세수 부족분의 보전 방안이다. 지자체와 행정안전부는 지난해처럼 취득세 감면 혜택이 1년간 연장되면 연간 지방세수는 2조9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세수 보전액이 적다고 불평하고 정부는 세수 보전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연말 예산처리과정에서 이른바 '쪽지 예산'으로 2조원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국민들은 봤다. 그 세수보전액이 아까워서 또는 없어서 취득세 감면을 늦춘다는 것은 아예 꺼리도 안되는 변명에 불과하다.
법을 개정해줘야 할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새정부가 출범하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았다. 그동안 인수위가 꾸려지고 초대 내각이 조각되고 할일이 산더미 같다.
야당 쪽에서는 정계개편과 당권 경쟁에 들어간다. '이 정도' 일에 신경을 쓸만한 여유가 국회의원들에겐 없다. 정권교체기 '식물 내각'이 된 정부도 입법안을 올릴 여유가 없다. 이 상황을 모를 국민은 없다. 결국 국민들은 또 국가 정책에 대해 불신감만 쌓일 뿐이다.
정책결정자의 단어 한 마디 한 마디는 산처럼 무겁다. 함부로 뱉어서도 안되지만 뱉은 이상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 그것이 뻔한 '립서비스'로 비쳐지면 정책은 설 자리가 없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책은 정책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손희정 기자 (sonhj@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