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코드 2.4 평균 연비 20km/ℓ, 한미FTA 본격 수혜 전망
[경주 뉴스핌=김기락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중형차 ‘삼국지’ 시대가 열렸다. 주인공은 토요타 캠리와 닛산 뉴 알티마와 그리고 지난 12일 선보인 혼다 어코드다.
지난 2004년 걸음마 단계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어코드의 위력은 대단했다. 당시 어코드는 수입차가 한국에 확실히 통할 것이라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어코드는 2008년 혼다코리아를 연간 1만대 판매 달성한 수입 브랜드로 올려놨다. 그 때는 올해 13만대 수입차 시장의 절반에도 못 미친 규모였다.
어코드가 과거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지 수입차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어코드가 갖고 있는 상당한 시장 파급력 때문이다.
지난 13일 경주 일대에서 타본 어코드는 베스트셀링카의 대표적인 사례다. 불특정 다수가 선호할만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췄고 제품력이 충실해서다.
관련 업계에선 한미FTA 타결 이후 혼다가 가격을 낮춘 미국산 어코드를 통해 본격 수혜를 받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주 현대호텔에서 2인 1조로 포항 호미곳으로 출발했다. 갈 때는 어코드 3.5, 돌아올 때는 어코드 2.4를 탔다. 차문을 여니 아이나비와 공동 개발한 내비게이션부터 눈에 들어왔다. 8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수입차 내비게이션이 불편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다.
국도를 벗어나 고속화도로에 올랐다. 기존 어코드와 비교하면 승차감이 약간 부드러워졌다. 그러면서도 돌덩이 같은 차체 강성은 여전하다. 이전 모델 대비 굽힘 강성 34%, 비틀림 강성 42% 향상됐다. 높은 차체 강성은 독일차와 비교해도 되겠다.
어코드 3.5는 심한 언덕길에서도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했다. 평소엔 얌전하다가도 ‘마초’ 기질을 발산하는 것 같다. 엔진회전수가 6000rpm을 넘어가도 쭉쭉 뻗는 호쾌한 엔진 성능이 인상적이다.
특히 중독성 있는 엔진사운드는 오른발을 통제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최고출력 282마력/6200rpm, 최대토크 34.8kg·m/4900rpm으로 전형적인 고회전 엔진이다. 이쯤 되면 자동차 경주에 나갈 법하다. 모터사이클을 통해 크게 성공하고 전설적인 스포츠카를 남긴 혼다의 기술력이 곳곳에 녹아있다.
또 엔진에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기능을 강화해 감속 혹은 정속주행 시 불필요한 엔진 실린더 작동을 멈춰 연비 개선을 유도했다. 공인 연비는 10.5km/ℓ.
어코드 3.5는 우회전 시 동반석 후방 상황을 내비게이션 모니터로 보여주는 레인와치(Lane watch)를 달았다. 레인와치는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켜면 작동돼 운전이 서툰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호미곳에서 갈아탄 어코드 2.4는 최고출력 188마력/6400rpm, 최대토크 25kg·m/3900rpm 힘을 내는 직분사 엔진과 CVT 무단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엔진 성능은 무난하지만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인 12.5km/ℓ를 훨씬 상회한다. 단적으로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주행하면서 평균 연비 20km/ℓ를 확인했다. 마초의 성향을 줄였으나 경제성을 높인 덕이다.
어코드의 편의 및 안전사양은 LED헤드램프를 비롯해 연비 향상을 돕는 ECON 기능, 후방카메라, 파워 선루프, 차체자세제어장치(VSA) 등을 갖췄다.
어코드 판매 차종은 ▲2.4 EX ▲2.4 EX-L ▲3.5 EX-L 세 종류다. 판매 가격은 2.4 EX가 3250만원으로 캠리 및 알티마 보다 낮다. LED헤드램프 및 8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은 중간급인 2.4 EX-L부터 적용된다. 2.4 EX-L과 3.5 EX-L 가격은 각각 3490만원, 4190만원이다.
캠리(캠리 하이브리드)와 뉴 알티마(2.5, 3.5) 등 주요 경쟁 차종의 판매 트림이 두 가지인 반면, 어코드는 세 가지로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업계에선 베스트셀링카 ‘장사’를 해본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의 판단으로 보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내년부터 연간 4000대의 어코드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어코드 출시 후 계약대수는 14일 기준 456대, 혼다코리아와 판매 딜러가 고무될 만하다. 국산차 중에선 현대차 그랜저 보다 기아차 K7이 어코드의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 혼다코리아 제공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