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5일부터 KAI 인수를 위한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매각을 주관하는 정책금융공사는 내달 3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정책금융공사는 물론 KAI 주주협의회가 이같은 계획아래 매각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지만, 정작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들의 예비실사는 순탄치 않다. 민영화 저지를 외치는 KAI 노조가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의 예비실사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대한항공은 KAI 인수를 위한 현장실사를 위해 KAI 사천 본사로 행했지만, 노조의 거센 반발로 돌아와야 했다. 21일로 예정됐던 현대중공업의 현장실사도 앞서 벌어진 사례로 인해 연기됐다. 본입찰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비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은 우려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KAI 매각은 애시당초 기업공개(IPO) 때부터 계획됐던 일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2010년 KAI IPO가 마무리되는 즉시 경영권 매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분은 매각하되, 방위산업 특성을 고려해 공사 보유 지분은 일정부분 남겨둔다는 구상이었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도 지난 9월 "KAI는 이미 지난해 IPO를 통해 민영화된 상태"라며 "정권말기에 느닷없이 정부지분을 매각하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해 KAI 매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특히 진 사장이 "특혜없이 제값을 받고 팔려고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KAI 매각 과정에서 공정한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AI 노조는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무시한 채 단순히 회사가 팔린다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여건을, 현대중공업은 인수의지를 이유로 매각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실사 자체를 막으면서 KAI 노조가 들 수 있는 근거로는 부족해 보인다.
통상 M&A는 예비실사 후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엔 정밀실사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가격 협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맞지 않거나 중대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M&A는 언제든 백지화 될 수 있다.
KAI 노조가 주장하는 헐값 매각이나 특혜의혹 앞에서 당당하려면 예비실사 자체를 막아서선 곤란하다. 매각이 확정되더라도 제값을 받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현재 KAI는 매각이라는 큰 그림만 그려진 상태다. 아직 얼마에 사겠다고 확정된 상황이 아니다. 매각이 결정되든 그렇지 않든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라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M&A는 언제든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