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스페인이 유럽연합(EU)의 새로운 구제금융기금으로부터 여신한도를 부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스페인 정부 고위관계자가 밝히면서,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채무 위기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 그 개요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6일 스페인 재무부 고위 관료는 국제 브리핑을 통해 스페인은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위해 유로존 회원국들의 지원을 바라고 있지만, 유로의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경질증이 채무 부담이 큰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파트너 국가들의 만장일치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현 스페인 정부가 위기 해결을 위해 진전할 준비가 돼 있다는 명백한 신호로 판단된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통시장에서 위기국가의 국채를 제한 없이 매입할 수 있다는 태도를 밝혔지만, 스페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 해결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제 투자자들과 유로존 지도자들은 스페인을 계속 압박했다.
다만 이날 브리핑에서 스페인 재무부 관계자는 이번 주 일정에서 당장 해결책이 완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그는 앞으로 상황의 전개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달려있어 민감한 상황이라면서 익명을 요구했다.
당장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데다 연립정부 내의 반대도 있기 때문에 스페인이 당장 구제금융을 신청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스페인이 민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인데 독일 납세자의 돈으로 스페인을 지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현재 유로존 구제금융 제도에 의하면 ECB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새롭게 출범한 5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안정기금(ESM)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그 한 가지 방식은 ESM이 단독으로 해당 국가의 부채를 모두 사들이는 것인데, 그리스와 포르투갈 그리고 아일랜드에 대한 EU와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구제금융이 이 같은 방식이다. 스페인은 이와 달리 ESM으로부터 필요할 때 기금을 가져다 쓸 수 있는 여신한도를 요청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
스페인의 차입금리는 여전히 높지만, 구제금융에 나서야 할 정도에 비해서는 많이 하락하는 등 안정 상태를 찾아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여신한도 요청 방식으로 구제를 신청할 경우 이 조달금리가 더 떨어져서 실제로 이 여신한도를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페인 재무부 관계자는 "가상 여신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신한도를 개설하여 ECB의 국채 매입 요건을 충족하면 국채 발행금리가 통제가 가능한 수준까지 충분히 하락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스페인이 구제를 요청하면 당장 10년물 국채 금리가 1.5%포인트 정도까지 급락하고 스페인 주식시장은 15% 가량 폭등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달 유로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또 구제금융 이행조건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행조건과 관련해 스페인 재무부 관계자는 EU가 사회적 불안을 유발할 수 있어 실행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부적인 불안 때문에 더이상 외부로부터의 과도한 이행조건이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스페인 재무부 관계자는 2012년 예산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6.3%까지 지난해 기록한 9%에 비해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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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