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특검 수사기록'은 누구에게 약이되고 누구에게 독이 될까.
삼성가 유산상속 소송에 있어 중차대한 자료로 활용될 삼성특검 기록이 지난 7일 법원에 송부되면서 원고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 변호인단과 피고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5차 변론 준비에 들어갔다. 5차 변론은 오는 26일 열린다.
이맹희씨 측이 그동안 삼성특검 판결문을 통해 차명계좌의 주식 양도, 새로운 명의자 교체 등 이건희 회장 측의 차명주식 동일성을 주장해온 만큼 다음 변론에서는 삼성특검 수사기록 검토를 통한 새로운 쟁점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4차 변론에서 재판부도 "다음 기일 전에 삼성특검 기록이 도착할 것으로 보여 이를 검토해 변론을 준비해달라"고 양측 변호인단에 요청한 바 있다.
삼성특검 기록에 담긴 내용은 갖가지 관측을 불러오는 부분이다. 80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기록에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삼성생명 차명주식 현황과 계좌추적 자료가 담겨있다.
또 차명주식 의결권 행사에 대한 수사자료와 이건희 회장의 진술조서, 공판조서, 삼성 측 의견서 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차명계좌를 관리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기록에서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됐는지 파악하는 데는 그만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5차 변론 과정에서는 이맹희씨 측 변호인단이 이건희 회장 측 차명주식 뿐만아니라 비자금 관리와 삼성의 재무라인 등과 관련된 여러 의문점을 변론의 주요 내용으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성특검 기록은 그동안 이번 소송의 변곡점으로 꼽혀왔다. 이맹희씨 측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 소송 초기부터 재판부에 삼성특검에 대한 수사기록을 신속하게 증거신청해왔던 사안이다.
10일 양측 변호인단 등에 따르면 삼성특검 자료가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삼성전자 등의 차명주식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측은 소송전이 불붙은 이후 지금까지 삼성생명·삼성전자 차명주식에 대해 상속재산과 동일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이미 수도 없이 팔고 사는 과정에서 상속 재산을 추적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화우 측에서 삼성전자의 재산이 상속재산이라는 증거를 밝히지 못한다면 당연히 삼성전자의 주식을 청구할 수 없다. 때문에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삼성특검 수사기록에 담긴 '삼성전자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이라는 진술'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이미 화우는 3차 변론 과정에서 "삼성특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연결구좌 내역만 특검기록에서 확인하면 동일성 여부를 바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이 차명계좌의 연결에 대한 표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형상 삼성특검 자료가 화우에게 유리한 고지를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화우 측이 삼성특검 자료를 받았다고 해서 이 동일성이 바로 확보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서창원 부장판사는 양측의 지난 변론 과정에서 "삼성특검자료에서 관련 진술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특검 자료와 재판부의 판단을 별도로 가지고 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특검 자료를 통해 구한 증거가 얼마나 인정받을지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특검자료에 차명계좌를 관리한 사람들의 진술, 조사기록이 빠져 있어 구체적인 증거가 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만약 삼성특검 자료를 통해 핵심적인 증거를 얻지 못한다면 화우 측은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건희 회장 측에서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재판에서 이건희 회장 측은 상속 분할 청구에 대해 '상속 재산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삼성특검 재판에 대한 방어논리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자칫 비난의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 측은 차명주식에 대해 '비자금이 아닌 상속재산'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삼성특검 자료에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다면 자칫 발을 옭아 멜 수도 있다. 무엇보다 도덕적인 비판이 가장 큰 짐이다.
이미 지난 5월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 말 바꾸기는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이는 상속재산 여부의 문제를 떠나 과거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특검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이 아니라면 그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검찰로부터 송부된 삼성특검 자료는 현재 양측 변호인단 모두 복사해 변론자료를 만들고 있다. 화우 측은 10여명의 변호사를 투입해 증거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단도 수천쪽 분량의 특검기록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검기록이 공개되면 이번 소송은 새국면을 맞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양측 모두에게 기회와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어 누구에게 약이될지, 독이될지 복잡한 계산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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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