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선진국의 채무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전 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지적했다.
BIS는 또 은행권이 위기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험하며, 자본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흥국의 금융권이 최근 경제성장세로 인해 약점이 가려진 면이 있다면서, 너무 자만하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 선진국 중앙은행 대응력 한계 도달
BIS는 24일(현지시각) 제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 정부가 필요한 재정건전화 조치를 늦추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도 계속 통화정책 상의 부양정책을 오래 끌고 갈 수밖에 없는 궁지에 처한 상태"라면서, "전통적이든 아니면 이례적이든 통화 완화정책은 일시적인 완화책이며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BIS는 중앙은행의 대응이 리먼브러더스 붕괴에 빠른 충격을 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데까지 모두 내렸고 채권 매입 등으로 대차대조표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매우 분명하게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직면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중앙은행에 대한 압력을 줄여주는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때"라고 BIS는 역설했다.
BIS는 그 동안 예외적인 대응 조치들이 정치인들과 채무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인을 줄어들게 하고 마치 중앙은행이 경제성장을 부양하고 불균형도 다 해소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중앙은행이 한 일은 단기적으로 은행과 정부들이 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벌어준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미 카루아나 BIS 사무총장은 이날 준비된 연설문을 통해 "이례적인 통화 완화정책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그 효과가 불투명해졌고 또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규모가 계속 확대될 위험이 있다"면서, "아마도 이런 문제점들이 지금은 확실하게 파악하기 힘든 방식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급격하고 장기화된 완화정책은 통상 개발도상국의 신용 및 자산거품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물가안정 달성을 어렵게 했다. 특히 이들 나라는 급격한 자본 유입의 부담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마음놓고 올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BIS는 이에 따라 "신흥시장 경제의 통화정책 기조는 구조적으로 너무 지나치게 느슨한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금융 불균형이 높아지게 할 위험이 있다"면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 같은 파급 효과(spill over effects)를 감안하면서 재무 강화와 디레버리징이 지속되도록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신흥국으로 파급효과 감안해야
또한 BIS는 "당분간 통화정책 기조가 상대적으로 수용적인(accommodative)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전례없는 통화 완화정책 국면에서 필요한 재정정책 상의 긴축을 실행하기가 어려운 상태인데, 정부가 제대로 재정 건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중앙은행도 신뢰가 실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점에서 "재정건전화는 재정의 지속성을 회복하는 일일 뿐 아니라 통화정책의 신뢰를 유지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BIS는 강조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국채 단기물을 팔고 장기물을 사는 식으로 시중금리를 안정시키는 이례적인 정책인 '오퍼레이션트위스트(Operation Twist)' 만기를 연장하기로 결정하고 추가적인 양적완화 등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계속 문제 은행에 유동성 공급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이며, 일본은행(BOJ)는 일단 상황을 관망하되 물가안정 목표 달성 혹은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서는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영란은행(BOE)을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까지 내려갔고, 대차대조표 규모는 18조 달러로 세계 경제(GDP)의 30% 수준까지 도달했을 정도다.
금융시장이나 금융당국은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채무 위기를 억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전략들에 합의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BIS는 유럽 위기과 관련해서 "위기의 해법은 범유럽 금융시스템을 포함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통화동맹은 금융동맹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은행권 손실 인식 제대로 해야
한편, BIS는 은행권이 손실을 빨리 인식하고 자본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보고서는 "은행이 부실을 털고 자본력을 강화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며, 또한 전통적인 자금조달 시장을 열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주 독립 감사 결과 유로존 은행권이 무려 620억 유로에 달하는 자본을 증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와중에 나온 것이다.
BIS는 유로존 은행들이 갈수록 막대한 유동성 불일치 상황으로 가면서 전통적인 자금조달 시장 접근력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유로존 은행들의 예대비율이 130%까지 치솟은 뒤에 잘 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권의 경우 이 비율이 약 75% 정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위기 이후 유로존의 은행간 대출시장이 막힌 것이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BIS에 따르면 유로존의 은행간 대출 규모는 2008년에 2.25조 달러 수준에서 2001년 말 현재 1조 달러 미만으로 대폭 위축됐다. 시장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이후 은행권은 갈수록 중앙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은행들이 대외적으로 재무여건이 좋다는 식으로 보이기 위해서 불확실한 위기관리 모형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BIS는 신흥국 은행권이 신용과 자산거품을 통해 실적이 개선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연 이것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BIS는 신흥국 금융권에 대해, 특히 건전성을 과장하고 위험감수에 나서고 있는 곳의 재무 여건에 대해 엄격하고 포괄적인, 일회적인 아닌 경기주기에 걸친 심도있는 평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과 인도의 은행들이 2008년 이후 2011년까지 자산규모를 75%나 늘린 것은 주목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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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