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한국은행을 세계적 일류조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사명이며 이를 성취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단 한 순간도 멈춰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행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모두 일류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이류이면서 조직이 일류가 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한은 창립 62주년 기념사에서 한 말이다. 기념사에는 유로존 위기에 대한 김 총재의 견해와 앞으로 한은과 한은 직원들이 나아갈 길이 제시돼 있다. 여섯 장이 넘는 이 기념사의 전문을 보면, ‘국제’와 ‘세계’라는 단어는 각각 22개, 13개로 눈에 가장 자주 띈다. ‘물가’라는 단어는 단 여섯 번 등장한다. 대필 없이 총재가 직접, 며칠에 걸쳐 쓴다는 각종 신년사와 기념사를 읽어 내려가면 밖으로 쏠린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글로벌 한은’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한 김 총재는 해외에서 인기가 좋다. 외국에서 김중수 총재가 성인 ‘김’이나 직함인 ‘총재’보다 ‘중수’라고 불린다는 한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은 해외에서 김 총재의 존재감을 잘 나타낸다. 외국에서도 통하는 그만의 유머 감각으로 청중을 웃음 바다로 만든다는 후문이다.
김중수 총재가 취임한 이후 한은 직원들의 해외 진출과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총재가 직접 밝혔듯, 지난 2011년 이후 외국 기관과의 공동연구과제는 27건, 국내공동연구는 본부 20건 지역본부 24건, 은행 내 협업 연구는 13건 등 총 84건의 연구가 진행됐다.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 작업그룹에서도 한은 집행간부들은 16개 그룹, 직원 63명은 50개 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한은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은의 위상이 지난해 한은법 개정으로 더욱 높아졌다는 김중수 총재의 말과 한은 내외부의 평가는 거리가 멀다.
우선 김 총재 재임 기간 중 한은의 독립성이 실추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취임 초부터 “한은도 정부다”라는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제출한 ‘VIP 경제 브리프’나 지난 4월까지 2년 간 공석이었던 금통위원 한 자리, ‘금통위의 바로미터’라는 별명을 얻은 기획재정부의 ‘그린북(최근 경제동향)’ 등은 한은의 독립성 손상의 증거로 주목받기도 했다. 한은의 제일 책무인 물가안정보다는 정부의 성장 정책을 뒷받침하거나 국제사회에서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임기를 마친 전 금통위원은 “과연 우리가 투명성, 독립성, 책임성의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할 만큼 행동을 해왔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난 4년간의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 반성되는 면이 많다”는 씁쓸한 고백을 남기기도 했다.
다른 전 금통위원은 “물가안정을 설립목표로 하는 당행보다는 정부 부처가 물가 주무기관으로 전면에 더 부각된 반면,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화됐고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해 물가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존재가치가 왜소화하지 않았나 반성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에서 한은의 미약한 존재감도 매번 제기되는 문제다. 그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고전이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나 경기 인식에 대한 시그널을 얻을 수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은 총재 멘트에 귀를 기울이던 시장 참가자들은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한 시장 관계자는 “김 총재의 긴 연설은 중구난방이 될 수 있어 문제가 된다”며 “한은 총재라면 짧고 함축적인 의미만 간략하게 전달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야 듣는 사람이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영향력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국제적 역량을 키워 영향력을 갖는 것,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도 우리의 의견을 이야기 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김중수 총재의 지휘 하에 한은의 시선이 너무 밖으로만 치우치게 되지는 않을 지 우려된다.
내부를 바라보고, 안에서 소통한 후에 외부에 나가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외부에서 보다는 먼저 내부에서 일류가 돼 줬으면 한다. ‘한국’은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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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