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달력을 9개월 전인 작년 8월로 되돌린 것 같습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주가 급락을 보며 '검은 8월'이라 불리는 지난해 8월을 떠올렸다. 올 5월의 하락세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얘기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코스피지수는 한달새 고점(2172.28) 대비 저점(1710.70)까지 462포인트, 21.25% 급락했다. 2일부터 9일까지 6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총 17% 가량 떨어졌다. 이후 1주일 가량 소폭 반등하다 다시 하락, 22일에 장중 단기 저점(1704.54)을 기록했다.
올 5월도 코스피는 지난 2일 2000선 밑으로 내려선 후 18일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연일 하락했다. 이 기간 218포인트, 약 11% 내렸다. 지난 16일과 18일 이틀은 각각 58.43포인트, 62.78포인트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이던 1800선을 무너뜨렸다. 이어 21~22일 반등이 나타났다. 지난해 8월처럼 한 번 더 하락한 후 저점을 만들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주가 급락의 원인이 국내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충격이란 점도 비슷한다. 지난해 8월 급락을 불러온 요인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더블딥 우려, 유럽 재정위기였다. 국제신용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낮추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속히 냉각됐다. 2008년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다시 경기가 침체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더블딥)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국가들의 재정문제가 재차 불거졌다.
올해 급락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 스페인 은행의 부실, 프랑스 올랑드 신임 대통령의 정책 방향 등으로부터 촉발됐다. 그리스 총선에서 집권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대신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당)이 2당으로 올라서 2차 총선을 실시하게 됐다. 2차 총선에서 시리자당이 1당이 되어 연정을 구성하면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약속한 긴축정책의 파기가 예상된다. 또 유로존 탈퇴 수순을 밟게된다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 그리스는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팀장은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여기에 재정위기가 길어지면 미국의 내수가 하락하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2차 충격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규모로 이탈했다는 점도 작년 8월과 올 5월의 판박이다. 작년 8월 한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조3237억원을 내다팔았다. 올 5월에도 외국인은 2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도를 계속해 22일까지 총 3조254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탈한 자금은 주로 유럽계였다. 유럽 은행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 증시에서 먼저 판 것이다.
◆ 작년 8월 "속수무책" vs. 올 5월 "금융안전망 마련"
하지만 작년 8월에 비해 올 5월의 상황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작년 8월은 악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이후 각국이 위기 대응을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한 상태라는 얘기다.
우선 글로벌 금융 안전망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작년 8월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에서 가용자금 8000억유로를 확보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해 12월과 올 2월 2차례에 걸쳐 3년 만기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으로 유럽 은행들에게 1조유로 이상의 자금을 공급했다. IMF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한 4300억달러의 자본확충을 결의했다.
또 미국의 경기지표가 작년 8월에 비해 양호하다는 점도 다르다. 지난 4월 미국 고용지표가 주춤했지만 주택 및 산업생산지표 개선세가 뚜렷하다. 단지 개선 속도의 문제일 뿐이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중국 또한 지급준비율 인하 등 경기부양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21일 "중앙정부는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 유지를 더욱 중시하겠으며 이를 위해 적절한 선제 조치와 미세조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실적 기대치가 높다는 점도 증시에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비수기인 1분기에 5조9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성수기인 2분기에는 7조원 가량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 역시 성수기와 신차 효과로 인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9배에 불과하다"며 "작년에 급락했을 때도 PBR이 1배 미만에 머물렀던 날은 단 8거래일에 그쳤고,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들이 주식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에도 대비해야한다는 조언이다. 다음달 17일 그리스 2차 총선과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 시한과 미국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종료가 예정된 6월말까지는 악재에 민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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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