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주요국들은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부실자산을 매입하고 경색된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는 면했지만, 아직 이 불어난 유동성을 회수할 조짐은 없다. 2010년 전후 인플레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동성 회수, 혹은 '출구전략' 논의가 활발해지는 듯 했으나 유로존 채무 위기가 발생하면서 논의가 자취를 감추면서 선진국의 2차 완화정책과 추가 구제금융이 단행되었다. 위기 발생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여전히 이 보조장치를 달고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불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의 원활한 배분 역할을 왜곡하고 상품시장의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다시 한번 인플레이션 망령이 등장하고 있다. 다시 한번 글로벌 유동성의 실체와 그 위험을 둘러싼 논쟁을 점검할 때다.<편집자 註>
[뉴스핌=김사헌 기자] 글로벌 유동성은 위기 이전부터 국제 금융시장에서 낯익은 '전문용어'다. 하지만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이 유동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이것이 글로벌 자본흐름과 자산가격변화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모호한 인식이 있었을 뿐이다.
실제로 글로벌 유동성이란 용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된다. 어떤 경우는 주요국의 통화정책에 관련되어 사용되는데, 이 경우는 주된 물가 변동요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당국이 이 용어를 금융시스템안정에 관련된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즉 글로벌 유동성이란 저리의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원천이면서, 또한 레버리지와 외환, 만기 미스매치 등으로 인해 금융시스템 자체를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 발생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출렁이자 자산시장의 왜곡과 국가간 자본흐름에 이상이 발생했다.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유동성 위기가 재연될 조짐도 보였다.
원래 유동성은 지급결제의 수단으로 즉시 전환이 가능한 유동화자산 전부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환은 자산매각을 통하거나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또 나아가 담보를 맡기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글로벌 유동성이란 국제 금융시장에서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의미한다.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은 민간 금융기관이나 정책당국의 필요와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민간시장의 위험자산 보유성향과 정책당국의 완화정책이다. 무엇보다 위험보유성향과 유동성 사이의 관계가 전체적인 유동성 여건의 결정자가 된다.
평소에는 민간 유동성이 공공유동성을 지배하지만, 위험시기에는 공공유동성이 민간유동성을 장악하게 된다.
최근 위기와 유동성 간의 관계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출발한다. 외환 유동성 위기를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안전자산에 파킹하는 외환보유액을 크게 늘리게 된다. 미국이 달러화를 공급하는 허브가 되면서 이 자금은 다시 글로벌 흐름을 따라 신흥시장에서 미국으로 환류했다.
문제는 이렇게 선진국으로 환류된 달러화 유동성은 장기금리의 저공비행을 가능하게 하면서 위험자산보유성향을 크게 끌어올렸다. 선진국 내부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이런 과정에서 선진국에서 금융위기가 싹트는 것은 주로 이러한 글로벌 유동성의 환류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유럽의 채무 위기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풍부한 유동성 여건에서 유럽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지나치게 낮아졌으며, 일부 주변국의 민간부문에서는 과도한 부채와 소비가 일어났다. 이런 식으로 유동성은 민간의 시장의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나서 공공 재정 및 금융정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한편,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는 글로벌 안전자산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원인이 존재한다. 특히 금융 위기가 발행한 뒤에는 원래 안전했다고 여겼던 자산이 위험자산으로 변하게 되고, 유동성은 안전자산을 찾아 헤매이게 된다. 최근 선진국 단기국채 금리가 제로 혹은 마이너스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금융시스템 자체이 작동이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다시 금융 거품이나 원치 않았던 위험이 발생하는 계기가 형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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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