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시즌만 되면 첨단 장비가 쏟아져 나온다. 현대전(戰)은 장비 싸움이라더니 골프도 마찬가지다. 주말골퍼에게 장비(골프클럽)는 장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연습 부족, 실력 부족 등을 모두 장비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무기만 나오면 개뿔도 없으면서 카드를 긁는다. 이게 부부싸움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신무기를 장만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아들놈이 운동화 한 짝 사달라고 몇날 며칠을 졸라도 들은 척도 안했던 위인이 신무기라는 말에 100만원 가까이 카드를 긁고 마니 마누라는 미치다 못해 열불이 난다.
골프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L씨도 바로 이런 부류다. 매번 마누라한테 바가지를 긁히면서도 새로 나온 드라이버가 괜찮다는 소리만 들으면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렇게 장만한 드라이버이다 보니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L씨는 새로 구입한 드라이버를 처음 갖고 필드에 나갔다. 그날 새 드라이버 때문인지 샷도 스코어도 좋았다. 대만족이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클럽을 정리하던 L씨는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새 드라이버 헤드가 일부러 돌로 쫀 듯 스크래치가 나 있었던 것.
그날 L씨는 캐디에게 신신당부했었다. 새 드라이버니 잘 좀 다뤄달라고. 하지만 캐디는 귀찮다보니 헤드커버를 씌우지 않았던 것이다.
드라이버만 보면 속이 상한 L씨가 그 다음 주 친구들과 라운드를 하게 됐다. L씨는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또 캐디에게 부탁했다.
“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내가 찾을 테니 헤드커버는 꼭 씌워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날 캐디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첫 홀에서 헤드커버를 벗기지 않고 드라이버를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L씨는 말귀를 못 알아들은 것으로 알고 다시 캐디에게 부탁했다. “언니 귀찮더라도 내가 칠 때는 벗겨주고 치고 나면 커버를 꼭 씌워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2번홀 그린에 올랐다. 그런데 캐디가 커버가 씌워진 퍼터를 그냥 L씨에게 내밀었다. 이건 그렇게 소중하면 손님이 알아서 씌우든가 말든가 하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L씨 끓어오르는 열을 식히며 “언니 커버 좀 벗겨 줬으면 좋겠는데”하고 점잖게 말했다. 하지만 캐디는 아예 딴전을 피우며 들은 척도 안했다.
L씨의 인내도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래도 L씨는 꾹 참으며 다음 홀로 이동했다.3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L씨가 티샷을 할 차례가 되자 캐디는 드라이버를 빼들고 서서 묻는다. “손님, 벗겨 드릴까요?”
이 말에 '뚜껑'이 열린 L씨는 "그래 벗어야 하지"라며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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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