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채위기로 해체 위기를 맞은 유로존의 진짜 ‘폭탄’은 독일에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해 주변국 중앙은행으로 흘러들어간 이른바 ‘타깃2’로 지칭된 대출금이 독일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얘기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상환 능력이 없는 10대 자녀가 부모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비자발적이고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카드론이 쌓이듯, 독일의 주머니에서 주변국으로 유입된 자금이 유로존을 무너뜨릴 만큼 상당한 금액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 독일, 예산 60%에 이르는 잠재 손실 떠안아
독일 분데스방크가 소문도 없이 타깃2라는 매커니즘을 통해 ECB에 유입된 자금은 4950억유로(64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로존 국가의 중앙은행이 대규모 신용라인을 지원 받는 일종의 대출 창구로 활용됐다. 재정난에 빠진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여기에 속하며, 최근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심지어 프랑스까지 이른바 타깃2를 통해 ECB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회계 기준상 이 자금 대출이 아닌 ‘청구액’으로 분류돼 ECB의 대차대조표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ECB를 포함해 17개 회원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주석까지 일일이 헤집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긴장감을 높이는 것은 자금의 규모다. 누적된 대출액은 독일 연방정부 예산의 60%에 이르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와 그밖에 자금 지원 창구의 총액보다 크다.
연초 타깃2의 불균형에 따른 리스크를 최초로 경고한 이포연구소의 한스 베르너 진 소장은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이 자금이 통째로 상환 불능 리스크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 리서치 보고서에서 “타깃2를 통한 대출금이 독일을 유로존에 묶어두는 가장 큰 위협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약한 고리’인 4950억유로의 대출금이 유로존을 붙들어 매거나 붕괴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 독일 손발 묶은 ‘타깃2’는 무엇인가
본래 타깃2는 독일을 채권자로 옭아매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 아니었다. 이는 중앙은행 사이에서 후선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과 같은 역할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였다. 재정이 취약한 주변국들이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 이탈에 시달렸고, 여기에 무역적자가 늘어나자 투자와 대출 등 신용라인이 점차 마비됐다.
유로는 주변국에서 독일로 흘러들어갔고, 여기서 룩셈부르크나 네덜란드, 핀란드 등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이 높은 국가로 이동했다.
이 같은 주변국의 유동성 이탈에서 타깃2의 불균형이 야기됐다. 유동성 갭을 타깃2를 통해 채웠다는 얘기다. 진 소장은 “타깃2를 통한 신용라인이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 총액과 맞먹는 규모였고, 스페인도 25%에 달했다”고 전했다.
타깃2를 통한 자금 흐름의 매커니즘은 이렇다. 가령, 그리스의 한 기업가가 독일에서 트럭을 한 대 구입하고 체크 계좌로 결제를 하려고 하지만 트럭 판매업자는 즉각적인 현금 결제를 원한다.
이 때 분데스방크가 나서 판매자의 체크 계좌에 트럭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입금하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회계 상 이 같은 자금 거래는 분데스방크의 대차대조표에 부채(트럭 판매자의 체크 계좌 지급액)와 자산(ECB에 대한 청구액)으로 기록된다.
◆ 분데스방크 자산 64% 차지 ‘잠재 폭탄’
캘리포니아 대학에 따르면 2006년 말 분데스방크 자산의 7%에 불과했던 청구액은 지난 10월 현재 64%로 폭증했다.
그리고 ECB가 대출에 대해 확보한 담보물은 대부분 주변국의 국채로 드러났다. 분데스방크의 자산 계정에서 두 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은 금으로, 17%의 비중을 차지했다.
본래 타깃2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유로존 17개 국가의 중앙은행이 ECB의 자본금 비중에 따라 공동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부채위기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분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씨티은행의 에브라임 라바리 이코노미스트는 “타깃2를 통한 자금 지원은 무제한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독일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신용 공급을 지속할 수도, 이를 중단하고 고통을 감내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