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정지서기자] "랩 가입 이유는 5천만원을 1억원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합리적 포트폴리오를 배분하고 고객 계좌별로 총체적인 수익관리를 해야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운용주체가 운용사에서 자문사로 바뀌었을 뿐 펀드 팔듯 팔았던 것이 문제였다"
'묻지마 투자'가 또다시 투자자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펀드 팔듯 팔았던 랩이 최근 하락장을 맞아 손실액이 불어나자 증권업계에선 과열된 랩어카운트 마케팅 전략이 시장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 초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워 막판 랩어카운트 고객잡기에 나섰고, 자산관리시장이 증권업계의 새로운 수익창 비즈니스로 부상하자 이를 선점하겠다며 각 사가 랩 마케팅에 올인했던 것이다.
◆ 시장 흐름 무시한 증권사들
올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증권가의 랩어카운트 마케팅 프로모션. 모두가 시장 흐름을 무시하고 상품 판매에만 매달렸다.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됐지만 개선되지 않는 부분이다.
A증권사 고위임원은 "랩어카운트 시장의 선두권에 있는 증권사들이 상품성을 유지하기보다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2100선이 넘은 고점에서 프로모션을 강하게 내걸었던게 실수였다"고 토로했다.
저마다 시장 상승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최근같은 폭락장세는 예견하지 못했다. 이후 목표전환형 등의 상품이 나왔지만 역시나 하락장에 대응하기엔 무리였다.
이 임원은 "결국 삼성과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내부 프로모션이 걸리며 랩어카운트 시장 전체가 고객층 확보에 나선 것이 화근"이라며 "이 과정에서 랩어카운트 상품들이 '제 2의 인사이트펀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랩어카운트에 가입한 고객들은 대부분 고점에서 들어온 상황"이라며 "설정된 지 반년도 안돼 금융위기로 반토막난 인사이트펀드의 그림자가 생각날 때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장 고점이 증권사 마케팅 측면에선 가장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한 증권사 영업점 직원은 "고점때가 수익률도 가장 좋고 언론에서 회자도 많이 되다보니 고객들이 먼저 관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가운데 내부 목표에 따라 지점별 할당량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새 상품을 묻는 고객들에게 자연스레 추천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영업점 직원 역시 "자문형 랩의 경우 입소문이 굉장히 강해 시장 초반 일부 자문사의 브랜드 효과가 컸다"며 "브레인이나 창의같은 경우 고객들이 먼저와서 가입하고는 후에 수익률 부진에 대한 항의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잘 팔리는 상품만 팔아댔던 증권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결국 시장을 한쪽으로 쏠리게 만들었고,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것이다.
◆ 공급자가 망각한 '수요자 중심상품, 랩'
증권업계 내부에서조차 랩어카운트를 자산관리가 아닌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접근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C증권사 고위임원은 "공급자보다 수요자가 우선되어야 하는 자산관리시장에 있어 국내 증권사들은 여전히 공급자 우선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이같은 인식 아래에서는 펀드와 랩어카운트의 차별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랩어카운트가 고객의 성향을 중시하는 수요자 중심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사의 프로모션에 의해 상품의 성향이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랩어카운트 시장이 증권업계에서는 반드시 선점해야 하는 시장으로 부상하며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랩어카운트 프로모션은 자산관리시장을 리드하겠다는 각 증권사의 욕망의 결과"라며 "수수료 인하 정책에서도 알 수 있듯 랩어카운트 판매에 따른 수수료는 증권사 실적에 큰 보탬이 되는 수준이 아닌만큼 누가 자산관리 시장의 선두권에 서느냐가 경쟁의 방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PB센터의 경우 금융시장에 관심많은 고액자산가들이 많아 덜하지만 일반 지점에서 고점에 들어온 고객들의 경우 랩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후발 진입한 증권사와 더불어 고객들에 대한 자산관리 및 랩어카운트에 대한 제대로된 인식 형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본받을만한 해외 사례로 호주를 이야기한다. 호주의 경우 펀드상품 가입자의 92%가 랩어카운트를 통해 가입할 만큼 랩어카운트에 대한 개념이 상품이 아닌 '자산관리 서비스'로 제대로 인지디고 있다는 것.
E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 직원들은 알고 있겠지만 고객들에게도 랩어카운트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만 랩이 펀드와는 차별화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증권사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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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정지서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