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정지서 기자] 특정회사로의 자금 집중, 상투 마케팅, 압축 포트폴리오. 뭔가 떠오르는 것이 없는가. 이번 자문형랩의 추락을 보며 4년전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가 뇌리를 스쳐간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브레인투자자문으로 시중자금의 상당금액이 몰렸다. 박건영이라는 걸출한 스타급 펀드매니저가 설립한 브레인의 명성에다 폭발적인 랩 수익률이 입소문을 타고 세간에 알려지면서다.
브레인은 이들 자금을 모아 소위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며 증시 큰 손으로 부상한다. 브레인이 사면 급등하고 팔면 급락하는 종목이 속출했다. 케이원과 창의투자자문 등도 브레인에는 못미치지만 제2, 제3의 브레인으로 시장내 3강구도를 이루며 주목 받았다. 그들 역시 15개 종목 안팎의 압축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했다.
자문형랩으로의 자금 집중도도 연말과 연초가 피크였다. 브레인은 지난해말 3조원이던 자금이 보름만에 1조원이 유입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창업 1년 반만에 브레인으로 몰린 돈이 자그마치 4조원. 이후 창업한 서재형씨의 창의투자자문도 지난해 말 자문사 설립 한달여만에 1조 5000억원이 몰려들며 자문사 3인방에 이름을 올렸다.
시계추를 4년전 이맘때로 되돌려보자. 2007년 가을, 주식시장내 최대 이슈는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였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발벗고 나선 인사이트펀드는 펀드설정후 한달만에 4조원을 끌어모으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0년대 중반이후 국내 펀드 붐을 일으키며 국내 주식형펀드의 절반을 쓸어담았던 미래에셋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 '미래에셋 따라하기'라는 말로 기억되는 당시 미래에셋의 증시 파워에 개인, 기관 할 것 없이 모든 시장 플레이어들은 싫던 좋던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미래에셋 펀드를 사기위해 증권사 지점 앞에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릴 정도였다.
하지만 인사이트펀드는 펀드설정 1년만에 반토막 신세로 전락했다. 환매가 가속화됐고 투자자들의 소송도 이어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인사이트펀드의 갑작스런 몰락 원인을 과도하게 한쪽으로 치우친 포트폴리오 실패에서 찾았다.
당시 글로벌투자를 추구한 인사이트펀드는 자산의 60% 이상을 중국에 몰빵했고,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을 포함한 브릭스국가 투자비중이 75%를 넘었다. 이후 이들 국가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결국 인사이트펀드는 큰 손실을 냈고 반토막펀드가 된 것. "가능성 있는 곳에 투자했을 뿐"이라는 미래에셋의 변명에 투자자들은 땅을 쳤다.
결국 최근 개인들의 투자자금이 브레인 등 일부 자문사에 집중된 점, 연말연초 급격히 개인자금이 유입됐음에도 거부없이 받았던 점, 종목을 압축해서 리스크를 높인 점 등 최근의 랩시장 몰락 현상과 과거 미래에셋펀드의 모습이 판박이다.
박건영 브레인 사장 역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4분기 이후 주식을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돈을 외면하지 못한게 과오였다.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며 시장 비난을 뒤늦게 인정했다.
이와 함께 압축포트폴리오에 대한 이슈도 급락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강세장에서야 종목을 압축해 운용하는 것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선 반대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문사 한 CEO는 "자문형랩 자금의 절반이 특정회사 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만큼 자금이 집중되면 포트폴리오를 좀더 확장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 결국 하락장에서 손실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압축포트가 반드시 리스크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자문사들이 다양한 운용전략과 자산배분전략을 통해 여러 색깔을 낸다면 압축포트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근거 자료도 있다. 지난 1987년 9월 발표된 미국의 경제학자인 메어 스탯먼(Meir Statman) 교수의 펀드 분석보고서(제목 : How Many Stocks Make a Diversified Portfolio?)에 따르면 투자종목 수를 15~20개 가량으로 한 것과 100개 종목으로 했을때의 리스크 편차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개 종목 투자했을때의 변동성을 1로 잡을 경우 10개 종목의 변동성은 0.49%로 반 이상 낮아진다. 하지만 20개 종목일 경우 0.44%, 100개 종목일 경우 0.40%, 1000개 종목일 경우 0.39% 수준이 됐다. 즉 종목 수를 1개에서 2개, 3개로 늘릴 때는 변동성이 급격히 줄어들지만 10개 이상 부터는 변동성 감소폭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랩어카운트관련 업무를 10여년 이상 담당해온 증권사 한 임원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변동성 내에서 최대 효용성을 나타내는 종목 수는 15~20개 수준"이라며 "결국 최근 하락장에서의 저조한 랩 수익률의 원인을 압축포트폴리오에서 찾는 것은 맞지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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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정지서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