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철근을 둘러싼 제강사와 건설사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전기로를 이용해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제강사들이 가격을 인상하자, 건설사들이 납품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이에 제강사들이 공급중단으로 맞서는 상황이 올해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현재 건설사들은 제강사의 공급중단에 특정 제강사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다시 맞불을 놓은 상태로, 제강사들도 이번 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사태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납품대금 납부 거부에 공급중단으로 맞서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강사들과 건설사들은 이번주 만나 지난 8월 공급물량에 대한 가격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30대 대형 건설사를 대표한 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여전히 전달과 같은 t당 80만원(10mm 기준)을, 제강사들도 기존 입장대로 t당 85만원을 고집하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을 비롯한 제강사들은 지난 7월 말 이번에 문제가 된 8월 공급가격을 t당 80만원에서 85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건설사에 밝혔다.
기준가격인 t당 89만5000원에 9만5000원의 할인을 적용해 철근을 공급해 오던 제강사들이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 전기료 인상, 국제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가격인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강사의 가격인상은 건설사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쳤다. 건설사들이 제강사의 가격인상에 불만을 품고 철근대금 납부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제강사에 지급하지 않은 철근 대금이 1500~1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제강사들은 지난 17일 현대제철을 시작으로 건설사에 대한 철근 공급을 중단한 상태이며, 건설사들도 업계 맏형인 현대제철과 외국계 철근 전문업체인 YK스틸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상태이다.
◇”원가 올라 불가피” VS “수급 무시한 일방적 인상
제강사들은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 전기료 인상 및 고정비 상승 등 원가가 높아져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9월 초 t당 495~500달러 수준이던 미국산 철스크랩(HMS NO.1) 가격은 최근 505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일본산도 원화 환산 기준 t당 54만원까지 상승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보합세를 유지하던 국내산 역시 수입산 가격 상승 영향으로 강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전기료 인상도 제강사들이 가격인상을 주장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산업용 전기료를 6.3%(고압기준) 인상, 현대제철의 경우 연간 300억원 이상의 부담이 늘어났다. 가동율이 60% 수준까지 하락하며 고정비가 상승 및 환율상승에 따른 부담도 제강사들의 가격인상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제강사 고위 관계자는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부담이 커져 할인율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9월에도 할인율을 추가로 축소해 기준가격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것이 제강사들의 처지이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사들은 제강사들이 원가논리만을 내세워 가격인상을 밀어부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자회 관계자는 “수급은 무시한 채 원가논리만 내세우는 제강사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며 특히, 공급중단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술수로, 제강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일부 제강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의 철근 수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건자회는 철근값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수입확대를 거론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의 수입을 늘려 국내 제강사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건자회의 이 같은 대응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환율상승으로 인해 수입을 하더라도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입산은 국내산과 품질이 달라 길이와 맞춤 등 별도의 가공이 필요한 단점이 있다.
또 국내에서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가공을 위한 별도의 비용과 운반비가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철근 내수 판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t당 96만원, 중국도 86만원으로, 국내산과 비교해 9~18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반면, 제강사들은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전략전 수출확대가 가능해 이번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건설사들의 철근 재고도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제강사의 공급중단에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강사와 건설사가 가격을 두고 다툼을 벌이다 보면 상황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선에서의 타협이 이뤄진다”며 “이번 다툼에서는 제강사들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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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