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현대그룹과 외환은행 간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일 채권단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외환은행에서 1조 3000억원 가량의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통상적인 거래의 일환"이라며 보복성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에 대한 충분한 압박카드는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거래은행 입장에서 거액의 인출이 극단적인 거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이날 중으로 '임직원들의 외환은행 급여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외환은행 지점에서는 이 같은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내 한 외환은행 지점 관계자는 "현대차 계열 임직원들과 그에 따른 가족들까지 다른 은행지점으로 간다면 당행 입장에서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알려진데로 현대차그룹과 그외 계열, 관계사 등의 예금이 일시에 인출되면 외환은행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분위기 때문인지, 실제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에 입주해 있는 외환은행 지점은 이날 오전내내 썰렁한 모습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곳 대기자 번호표는 12번에 불과하다.
반면 외환은행 바로 옆 신한은행 지점 창구는 대기표를 뽑고 기다릴만큼 분주하다. 창구 이용 번호는 같은 시각 115번이다.
양재동 사옥 로비에서 만난 한 직원은 "지시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급여계좌는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으로 이루어지는만큼 옮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분위기가 분위인지라 외환은행을 이용하게는 조금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급여계좌를 옮기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면서 "직원 자율 의사로 급여계좌를 정하는 것이지, 어느 은행을 이용해라 말라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 컨소시엄에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동양종금증권과의 거래를 끊는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외환은행 압박카드는 이번 현대건설 매각 진행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태도가 돌변했고,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코너에 몰리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여러 변수들이 있겠지만 이번 M&A의 중대한 전환점이 바로 현대차그룹의 외환은행 압박카드가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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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