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3.6%, 전월비 1.1%나 급상승했다.
전월비로 보면 2003년 3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하지만 채권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금리를 기준으로 하면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거나 경신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4일 채권시장의 경우 지난 6일간의 강세에 대한 부담으로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밀리면 사자세가 꾸준히 유입되며 상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채권시장참가자들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실질적으로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폭우 등 이상 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기 때문에 시장에는 이미 반영됐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시장참가자들이 예상했던 수준은 전년비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으로, 지난 1일 공개된 3.6%라는 수치는 '쇼크'라고 불리울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채권시장은 개장 직후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채권시장 수요우위 지속, 물가=통화정책 연계성 훼손
채권시장의 수급 사정이 좋아 물가에 대한 부담을 눌렀다는 반응이다.
실제 지난 9월 30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10월 국고채 발행계획에 따르면 이달 발행되는 국고채 물량은 전월계획보다도 1조원 감소한 3조 5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12월 공급부족 사태가 발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기저에는 '정부 허락 없이 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는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이 깔려있는 듯하다.
어찌 보면 오해일 수도 있을 시장참가자들의 이런 생각은 지난 9월 금융통화위원회 월례회의 이후 강화됐다.
그렇다 보니 '물가'라는 얘기만 나와도 벌벌 떨던 시장참가자들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은 결과를 보고도 되레 무덤덤하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물가=금리인상 시그널'이란 공식이 성립했지만 이제는 물가상승 압력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직접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냉정히 보면 9월 물가상승률이 이상 기후라는 다소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현 수준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농산물 공급부족에 따른 물가상승을 금리인상으로 잡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잡히지도 않겠지만 농산물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그냥 먹지 말란 얘기'로 풀이될 수도 있다.
◆ 시장, 한은 신뢰 못가져, 정부 금리인상 시그널 더 주목
하지만 시장참가자들이 금리동결을 심정적으로 더 수긍하는 이유는 청와대나 재정부 쪽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한은 김중수 총재가 "우측 깜빡이를 켜면 우회전한다"며 금리인상의 시그널을 줬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래서 뭐?'(So what?)라는 것이 시장의 시큰둥한 반응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물가가 상당히 높아 우려할 만한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겠나 하는 판단이 있는 듯하다"며 "9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금리인상의 시점뿐만 아니라 시장의 신뢰도 놓친 듯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 역시 "9월 금통위가 열리던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산업활동동향은 더 나빠졌다"며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일시적 요인 때문이고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달 문제가 됐던 대외환경이나 국내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며 "실제 시장참가자들한테 물어봐도 금리동결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91일물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2.44%로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마감됐다.
물론 금리인상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의견도 많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솔직히 한은 입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본전일 것"이라며 "금리를 올리든 올리지 않는 적절한 수준의 긴장감을 시장에 줘야하는데, 그런 기능은 이미 상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