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이면 이따금 TV 드라마에 눈이 간다. 사극(史劇)을 선호하는 취향 때문인지 '김수로'를 보곤 하는데, 이 드라마는 2000여년전 가야를 중심으로 한 철기문명이 시대적 배경이다. 부제 '철의 제왕'이 시사하듯, 삼국이 형성 되기 이전의 시대적 힘의 논리는 '누가 좋은 철을 지배하느냐'다. 김수로는 철생산의 노하우를 보유한 주 인공으로 등장, 드라마를 주도하고 있다. 그 '철'은 시간이 흘러 지배 권력의 상징에서 비켜나 있다. 그 대신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산업의 쌀'로서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의 자동차 조선 가전 등 관련 산업들이 질주할 수 있는 원동력 중의하나도 '우리의 철'을 빼놓을 수 없다.
올들어 현대차그룹이 당진 제철소에서 쇳물 생산에 성공, 우리 철강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포스코(POSCO)의 쇳물 기술인 파이넥스공법은 세계 여러나라들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다 기술수출도 추진되고 있다. 그 뿐인가. 동국제강은 지구촌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에 고로(용광로) 제철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인 '철의 강국'임을 확인할수 있는 대목이다.
철을 둘러싼 경쟁은 예나 지금이나 치열하다. 덩치키우기 트렌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철강업계에는 아르셀로미탈이라는 초대형 철강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아르셀로미탈은 연간 7320만톤 안팎의 쇳물을 생산,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연간 3110톤을 생산, 전 세계 4위에 머물고 있지만, 이미 일본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신일본제철을 따돌렸다. 현대제철은 34위(쇳물생산량 845만톤)에 올라 서 있다.
철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부존 자원이 점차 고갈되면서 요즘은 철광석을 쥐고있는 업체들이 '큰소리'를 치는 형국이다. 늘상 '을(乙)'에 서 있던 비즈니스 파트너가 '갑(甲)'으로 뒤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세계 2,3위의 철광석업체간 '기업결합'건은 그래서 업계의 관심사다. 호주의 양대 철광석업체인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의 합병건이다. 두 회사는 호주 서부지역에서 철광석 공동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기업결합 신고를 유럽연합(EU)과 호주에 이어, 지난해 말 한국 공정위에도 제출했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철광석의 65% 이상을 호주에서 들여오고 있다. 만약 이들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철광석 수입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안건을 전원회의에 회부한 것이다. 만약 전원회의에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진다면 기업결합이 무산될 수도 있게 됐다. 철강업계도 공정위의 향후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의 역사는 철기시대가 B.C 4세기 경부터라고치면 200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또 앞으로 수백, 수천년을 이어갈 산업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우리 철강산업이 이젠 일본업체들을 제압하고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는 점은 적잖이 기꺼운 일이다. 비록 픽션이 가미된 TV드라마이기는 하나 김수로가 '철의 제국'을 완성해 가듯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우리의 철강업체들도 이 드넓은 지구촌에 '철의 제국'을 건설하기를 기대한다./산업부장 이규석 newspim200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