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총리가 환율이 지나치다면서 공식적으로 구두개입을 했고, 조만간 중앙은행 총재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13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별다를 출처없이 간 나오토 총리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회동하고 '엔화 강세'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으로 이어지면서, 이번주 85엔 밑으로 떨어졌던 달러/엔 86엔 대로 반등했다.
◆ 과거와는 판이해진 지형
국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인데, 사실 지난 2004년 3월 일본 외환당국이 개입을 중단한 이래 외환시장의 지형은 크게 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달러/엔이 84~85엔 대로 하락한 것은 곧 '엔화 강세'가 기업 실적을 잠식하고 이제 막 회복되는 경기에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닛케이 주가지수가 수출 주도주 중심으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과거 1995년에 달러/엔이 사상 최저치인 79엔 대로 추락했을 때에도 도쿄 증시는 지금과 유사한 우려 속에 폭락한 바 있고, 당시에는 미국과 일본이 같은 해 7월 7일 완화 통화정책을 결정함과 동시에 협조 개입을 실시했다. 이 국제적 협조 개입은 환율을 100엔 위로 되돌렸다.
이후 일본 통화 당국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흔들리자, 지난 2003년과 2004년까지 무수한 엔화 매도 개입을 단행했고, 심지어 이른 아침 시간이나 혹은 시장 참가자들이 모르게 실시되어 충격을 더하는 등 최대 효과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 이 동안 무려 35조엔을 쏟아부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개입이 중단됐는데, 이런 시에도 미국과 유럽이 그 같은 조치에도 '국제적 협조'라는 이름을 붙여 지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수출 경기를 살리고자 애쓰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외환개입을 환영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뿐 아니라 중국 경기도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만 경쟁적 평가절하 시도에 나설 경우 국제적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뻔한 이치다. 더구나 내수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쉬운 정책은 외수에 의존하는 것인데, 서로 민감한 대목이다.
더구나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 거래 규모가 1992년부터 2007년 사이 무려 세 배나 폭증했고,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들 그리고 여타 투자자들의 거래가 매우 활성화되어 엔화 매도 개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시동거는 日 당국, 국제적 협조 힘든데 묘수 있나
이런 상황에서 BOJ의 일부 정책 심의위원들은 지난달 회의에서 "엔화 강세와 주가 하락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미 제로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상황이고, 양적 완화 대책까지 동원하고 있는 상태라 환율에 영향을 줄 추가 완화대책을 구사할 여지가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대목에서 활용도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일본은 한 가지 무거운 변수를 안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엔화를 중국시장에 대한 '대리'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가치 하락 위험이 높아진 재무증권 자산에서 일본 국채 등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점도 큰 변수다. 중국이 이런 방향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달러/엔이 85엔은 물론이고 80엔 선을 하향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내외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위앤화 절상을 쉽게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 의회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통한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이 국제적 협조 하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는 특권을 누리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한편 유럽의 경우도 일본의 시장 개입을 반기지 않을 것이란 징후가 포착된다. 최근 유럽 당국자는 "아시아 수요 증가로 수혜를 더 보는 것이 일본이라고 보기 때문에, 엔화 가치 평가절상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엔화 절상 속도가 빠르기는 해도 당장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은 유럽 당국으로부터 환영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일본이 국제적 공조를 이끌면서 외환시장 개입에 성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면에서 간 총리와 시라카와 총재의 회동에서 어떤 묘수가 나올 것인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