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상선 어닝 서프라이즈 놓고 공공연한 의구심
- 시간 갈수록 채권금융기관에 불리할 수도 있어
[뉴스핌=한기진 기자] “신규여신을 중단한다”는 채권단의 결정으로 현대그룹과의 대립구도가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재무구조개선약정 시한이 세 차례 연기된 지난 7일까지는 채권은행들이 현대의 입장변화를 기다리는 소극적 태도로 규정지을 수 있다면, 이제는 압력수단을 동원해 공세(攻勢)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 만기연장거부나 여신회수는 쉽지 않아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산업, 신한은행 및 농협 등 현대그룹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8일 오전 서면으로 협의회를 갖고, 신규대출 금지를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가진 전체 채권은행 협의회에서 최종시한까지 약정을 맺지 않을 경우 신규대출 금지, 만기 연장 거부 등의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결의한바 있어, 이날 협의회에서는 실행만 결정한 셈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7일 자정까지 현대측이 체결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시한연장은 없고 신규여신 중단을 결정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만기연장거부나 여신회수 등 추가적인 조치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신규신용공여만을 중단키로 결정했고 추가 조치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여신회수 등의 내용은 양측이 대출계약서를 작성할 때 명문화했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기한연장이라는 소극적 카드는 버리고 대출거부라는 적극적 카드로 현대그룹측을 압박해가는 전략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지난 6일 외환은행에 진 빚 1600억원 가운데 400억원을 지난달 28일 상환했다고 밝힐 정도로 거부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또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이 급상승세라는 점을 강조, 결과적으로 외환은행의 평가능력에 대해 불신을 보냈다.
현대상선은 2/4분기 영업이익이 1536억원을 달성, 전분기 보다 1224% 급증해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 1/4분기 1조7556억원 대비 13.3%, 영업이익은 1/4분기 116억원과 비교해 1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현대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상반기 실적으로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고 밝혔다.
◆ 채권단 카드 한계, 결국 금융당국 나서야 할 것
현대측의 발표와 달리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실적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현대상선이 최근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금융비용을 감당할 만큼인지는 의문스럽다”며 “현대상선이 2/4분기나 3/4분기에 영업익 10조원, 20조원 정도 나면서 월등한 실적을 발표한다면 모를까 현재까지의 영업실적으로는 금융비용을 커버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크게 좋아졌다며 잠정실적을 평소보다 빠른 날짜에 발표하면서도 순이익은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의심스럽다”면서 “금융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빼면 순이익 규모가 적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신규대출이 중단되면 현대그룹은 국내에서의 자금조달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현대상선이 큰 수익을 벌어들인다 해도, 신규대출 없이는 재무적인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채권단의 카드가 통한다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은행권 한편에서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모 임원은 “구조조정은 기업을 살리는 방향이 돼야지 죽이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잘 버틸 경우 시간은 채권단과 금융당국에게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바심이 이들에게서 감지된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크게 개선돼 금융비용 등을 상쇄해간다면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신뢰에 상처를 줄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의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은 매년 신용공여액(대출 및 신용한도 포함)이 금융권 전체의 0.1%가 넘는 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하고(79조 1항),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담당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82조 3항)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여신회수나 상환연장 거부 등은 쉽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결국 금융당국이 정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