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계와 시장 일각의 관심사로 삼성그룹의 항공사업 추진설이 부상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제시한 23조원 규모의 미래 신수종 사업 계획의 연장선에서다.
◆ 물류의 꽃 '항공', 가능성은?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의 항공사업 추진설은 물류사업 진출의 밑그림 차원에서 그려지고 있다. 지난 5월 신수종 사업 계획의 일부로 물류사업에 대한 확대 추진 의사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물류사업 진출에 대해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실패하긴 했지만 삼성자동차의 경우도 어찌보면 이런 맥락이다. 이 회장의 '자동차 사랑'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면에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운송 수단의 테스트 성격도 짙었다.
이미 계열사인 삼성SDS는 물류사업 추진에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전산시스템을 준비하는 등 신사업 진출에 상당한 준비를 해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물류사업을 전담해온 임원을 영입했고, 지난 4월 경력 직원 공채에서는 물류 분야 종사자를 대거 뽑기도 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라는 세계 최고의 기업을 파트너로 둔다는 것 자체가 삼성SDS의 엄청난 수익원이 될 것"이라며 "최근 삼성은 물류사업 진출을 위해 관련 인력 영입과 함께 사업 추진을 위한 물류회사 인수 작업 등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그룹 내에는 삼성전자로지텍이라는 물류회사 존재하고 있다. 전자 계열사에 대한 물류를 취급하는 자회사 성격이다. 하지만 정작 이 회사가 삼성전자 물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도 못미친다. 제품 대부분이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삼성의 해외 수출 물량은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맥락에서 삼성의 항공사업 추진설은 부상하고 있다. 물류사업의 꽃으로 불리는 항공분야도 장기적인 포석으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기전자 핵심 계열사의 해외 수출 물량 대부분이 바다가 아닌 하늘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배달되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제품 대부분이 항공편으로 운송되고 있다"며 "비용 문제는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지만 상당한 금액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해운 컨테이너보다는 항공 비중이 높다"며 "현지 물류업체 등을 탄력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업이 현실화되면 기존의 막대한 물류비용 절감이 예상되고, 하늘 길을 통한 신수종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만약 항공사업을 하게된다면 여객보다는 화물 쪽 비중이 높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여러 규제들도 항공사업에 대한 필요성으로 대두되고 있는 모양새다. 단적으로 최근 미국은 폭발·화재 위험을 이유로 비행기를 통한 리튬 2차전지의 대량 운송을 규제할 방침을 정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리튬 2차전지를 항공편으로 운송할 경우 무게를 제한하고 폭발을 막기 위한 특수포장을 의무화하는 안전 규제안이 입법 예고된 상태다.
전지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업계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운송에 대한 비용 증가, 세트업체와의 조율 등 문제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책 마련이 준비되고 있지만 법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그림은 그려지지 않고 있다. 일단 일본과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해외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휴대폰도 적지 않은 만큼 이번 규제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오히려 항공사를 직접 소유하는 것이 보다 원만하게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삼성이 항공사업에 진출하면 막대한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수출물량만 맡더라도 왠만한 기업 이상의 매출을 보장할 수 있고 신속성, 안전성에 있어서도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아시아나항공 인수설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삼성의 인수설도 이런 이유로 시장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이 항공사업에 진출할 경우 인수합병(M&A)를 통한 방안이 현실성 높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3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돌입에 따른 채권단과의 협약을 맺고 회생을 위한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 M&A설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차원에서도 정상화 이후에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금호 오너의 우선매수청구권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 지분 6.96%만 인수를 해도 금호산업이 사실상 산업은행 지휘에 있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 확보는 어렵지 않다"고 내다봤다.
산업은행이 민영화라는 과제를 목전에두고 있다는 점도 M&A설을 부추긴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등 금호의 과제들을 하루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항공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아시아나항공 M&A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와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만나 이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는 말이 입소문을 타고 있을 정도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M&A는 호남기업이라는 특성상 정치권, 특히 야당의 관심 포인트라는 점에서 당장 변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다만 정말로 삼성이 인수에 나선다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나 국익적 측면을 놓고 볼 때 전혀 나쁜 셈법은 아니다"고 전망했다.
삼성 측은 이와 관련해 "신수종 사업 계획과 관련해서 발표한 것 이외에는 아는 바도, 확인된 바도 없다"며 일체의 언급을 자제했다.
한편, 삼성은 삼성테크윈의 전신인 삼성항공을 통해 항공기 제조사업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정부와 중국과의 여러 현안에 막혀 완제품 항공기 제작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테크윈 내부적으로는 항공기 제작이 현실화됐다면 지금은 삼성전자보다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현재 삼성테크윈에서는 군용, 여객용 등 항공기 핵심 부품인 엔진을 제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