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그리스 재정적자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트리셰 총재의 주장은 사실상 묵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그는 당초 IMF의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IMF의 참여 문제를 놓고 유로존 정상들의 생각과 트리셰 총재의 주장은 거리가 있었다.
특히 트리셰 총재는 유로화와 관련한 위기 대응에서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동시에 유로화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내 씽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의 필립 와이트 수석 연구위원은 "현재 ECB가 당면한 문제는 자체로 유일한 유로화의 관리자이지만 향후 유로화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수 의사결정이 트리셰 총재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많은 국가들이 경기침체의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정치인들, 특히 독일의 경우는 트리셰 총재가 요구한,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부가되어야 하는 부채 위기에 대한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독일 같은 나라에서 EU와 유로화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추락시켰다. 또한 유럽 각국 간의 깊은 불신의 골을 증폭시켜 각국은 자체 재정적자 문제의 봉합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그리스 위기로 인해 ECB의 역할이 약화되기 보다는 오히려 명확한 기능을 인식시켜줬다고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트리셰 총재의 영향력이 없는 공허한 발언들이 그가 처한 현 위치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오는 2011년 10월 임기가 종료되는 트리셰 총재가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미뤄 그의 후임자는 통화정책 기능 외에는 입지가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유로화 통화정책에 관한한 최고 결정기구이기 때문에 그동안 트리셰 총재는 자연스럽게 통화정책 이외에도 유럽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해서도 중심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로 인해 유로존 각국은 재정문제에 대해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로화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더 유로의 저자 데이비드 마쉬는 그리스 사태는 ECB의 잘못된 관측에 따른 문제를 자연스럽게 바로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ECB와 각국 정부간의 견제와 균형이 필연적"이라고 지적한다.
ECB와는 반대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금융위기 처리과정에서 영향력을 성공적으로 확대해왔다.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은 비록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의 경제관이나 규제 정책 방향, 통화 정책 기조 등에 대한 발언은 상당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이같은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 총재들간의 이미지의 격차도 유로화의 가치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우니크레딧의 마르코 애눈지아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명성을 지니고 있지만 각국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유로존 정책에 대해 실망하면서 강력한 기관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사태는 트리셰 총재에게는 한동안 벗어나기 힘든 시련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 중앙은행과 ECB에서의 경력과 함께 유로화의 출범 초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점에서 그는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특히 트리셰 총재는 지난 2005년 말 유로존 12개국 가운데 10개국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금리를 인상하는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IMF의 지원을 배제한 유럽 차원의 그리스 지원책을 관철시킴으로써 트리셰 총재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트리셰 총재는 지난 주 IMF만의 단독 지원은 반대한다고 밝히고 자신은 EU와 IMF의 공동지원에는 반대하지 않았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