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연구개발본부에 엔진결함을 파악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2002년의 일이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지시로 현대차그룹은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약 1000억원을 들여 공장마다 전수검사 시스템을 갖췄고, 품질총괄본부 내에 전장부품 관련 품질을 담당하는 컴퓨터센터란 부서도 신설했다.
세계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갖춘 건 지금까지도 현대차가 유일하다.
정 회장이 그룹 내부에 지나치도록 강조하는 '품질경영'의 단적인 예다.
그는 늘상 그룹 내부에 "사막 한가운데서 차가 섯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1%의 가능성까지 염두해두고 꼼꼼하게 고객의 편에서 차를 만들라는 의미다.
◆'소나 타는 차는 옛말!' 품질로 승부한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이 본격화된지 꼭 10년을 맞았다. 그가 1999년 "품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본중의 기본"이라며 '6 시그마 경영혁신운동'을 선포한 것이 출발점이다.
정 회장이 이 같은 품질경영을 강조한 것은 당시만 하더라도 현대차가 세계시장에서 '값싼' 이미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계적 명차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대표차 '쏘나타'가 '소나 타는 차'라는 비아냥을 들었을 정도다.
정 회장이 이처럼 품질경영을 강조한지 10년만에 현대차·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품질의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단적으로 현대차는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제이디파워(J.D.Power)가 지난 6월 발표한 2009년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전년(114점)보다 19점 향상된 95점을 획득, 일반브랜드 부문에서 역대 최고점수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혼다(99점, 2위)와 도요타(101점, 3위) 등 세계 최고의 품질력을 자랑하는 글로벌 업체들을 누르고 세계 최정상의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도 현대차는 렉서스, 포르쉐, 캐딜락에 이어 4위를 기록해 벤츠, BMW, 아우디 등 세계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들을 제치고 최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2004년 혼다가 세웠던 일반브랜드 부문 역대 최고점수인 99점을 갈아치우며, 신차품질지수 일반브랜드 부문 역사상 최고점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타우엔진의 워즈오토 '10대 최고 엔진' 선정에 이어 지난 1월 프리미엄세단 제네시스의 '2009 북미 올해의 차' 선정 등 최고의 품질력을 전세계에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대물림 품질경영, 장미빛 미래 예고
정 회장의 품질경영은 현대차그룹의 기업철학으로 뿌리내렸다.
특히 그는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회사의 부품 하나 하나까지 직접 품질회의를 주관한다.
또 생산, 영업, A/S 등 부문별로 나뉘어져 있던 품질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키고 매달 품질 및 연구개발, 생산담당 임원들을 모아놓고 품질관련 회의를 주재한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차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개발중인 차의 실물을 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만져보고 들여다보며 품질 개선방안을 하나하나 지시할 정도다.
이 같은 정 회장의 품질경영은 이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그대로 대물림되고 있다.
차기 총수인 정 부회장 역시 아버지이자 현대차그룹 총수인 정 회장의 뜻을 깊이 새기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장미빛 미래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은 해외 현지공장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어김없이 품질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품질경영 10년만에 또 하나의 품질 혁신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정 회장의 특별지시로 '실질품질 3년 내 세계 3위, 인지품질 5년 내 세계 5위'를 의미하는 'GQ(Global Quality)-3·3·5·5'를 목표로 '창조적 질경영'을 선포했다.
정몽구식 제2의 품질경영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과 생산공정에서 무결점 품질 달성을 위한 기존의 4M(Man, Machine, Material, Method) 품질관리에 '품질의 검증'(Measurement)과 '무결점 품질의식'(Moral)을 추가해 새롭게 확대한 6M 품질관리 기법을 시행하고 있다.
신종운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11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남양연구소 인근 롤링힐스에서 가진 '2009년 글로벌 품질전략 콘퍼런스'에서 "이제 향후 10년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정 회장의 품질경영 계승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5대 중점 과제로 무고장·무결점을 실현하려는 의지, 품질 저하 없는 비용 절감, 신속하고 완벽한 품질 개선, 가장 안전한 차량 생산, 높은 품질 기반의 생산현장 문화 정착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