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줄곧 챙겨오던 주요 행사가 정 부회장 주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경영 행보는 경영권 승계의 연장선에서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이 위상 강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오너 승계의 그림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경영능력 검증'이란 남겨진 숙제를 위한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 야심찬 현대차 첫 데뷔
정 부회장은 17일 저녁 서울 반포지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신형 쏘나타(YF) 신차발표회에 참석했다. 신형 쏘나타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둔 주력 모델이다. 정 부회장 역시 이날 "현대차그룹의 대표 야심작"이라는 말로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전같으면 정몽구 회장이 직접 참석했었을 자리이지만 이날 현대차의 야심작 신형 쏘나타 발표회는 기아차에서 벗어나 그룹의 중심으로 들어온 정 부회장의 국내 데뷔무대가 됐다.
정 부회장은 이날 총수의 위상에 걸맞는 넓은 시각으로 인사말도 마무리했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는 달리는 민간 외교관으로 불린다"면서 "나라의 자존심과 명예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 사장으로 공식석상에 나설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각)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정 부회장의 행보는 진지했다. 그룹에 따르면 이날 전시회 개장 때부터 폐장 시간까지 메르세데스 벤츠, BMW, 르노 등 11개 전시장을 빠짐없이 둘러보며 첨단 기술을 꼼꼼히 살피는 열정을 보였다. 올해 초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차 부스를 방문하고 서둘러 돌아간 모습과는 또다른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정 부회장이 그룹의 얼굴로 등장한 것은 정몽구 회장이 그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체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최근의 그룹 지분변동만으로도 이런 복심은 잘 드러난다. 정 부회장의 취약한 지배력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으로 지배구조의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경영능력 검증과 지배력 확보 시작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 말에 현대제철이 가진 현대차 지분 5.84%를 사들였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율이 20.87%로 높아지면서 순환출자 구조의 그룹 지배구조에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런 시기 정 부회장 역시 현대모비스 부회장을 겸직하는 인사가 이루어졌다.
아직 정 부회장이 가진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없다. 정몽구 회장이 가지고 있는 6.96%의 지분이 전부다. 하지만 글로비스를 활용한 방안은 가능하다. 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31.88%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이고, 정몽구 회장이 24.36%로 2대주주다.
시장에서는 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가능성부터 글로비스를 통한 현대모비스 지배방식, 폭등한 글로비스 주가에 따른 시세차익의 출현 등 정 부회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가능성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재편에 시동을 건 것은 그룹에서도 인정하듯 정의선의 완전한 승계와도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라면서 "글로비스를 제외한 측면에서 그룹의 취약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오너로서의 지배력을 만들어 나가는 본격적인 변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 막 그룹 경영 전면에서 첫 단추를 채운 정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지배력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가속페달을 어떻게 밟게 될지 이목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