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vs 한화 입장 '평행선'…한화 "50%는 받아야"
[뉴스핌=이강혁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 이후 산업은행이 가져간 인수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반환 받아야 하는 문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측은 여전히 애초에 MOU(양해각서)를 깬 한화에게 인수 이행보증금을 돌려줄 이유도, 돌려줄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화 측은 물론 천재지변과 같이 불가피한 경제위기 상황이 벌어졌으니 예외를 인정해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입장이다.
보증금 반환 신청 속사정 있나?
44개의 국내 계열사를 거느린 한화그룹이지만 그렇다고 3150억원은 그냥 없어지고 말기에는 절박한 액수다. 단적으로 (주)한화의 2008년 한해 영업이익이 2294억원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1년 이상의 농사를 고스란히 산업은행에 가져다 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승연 회장의 책임론도 이 문제가 해결되야 벗어 버릴 수 있는 숙제가 된 셈이다. 산업은행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한 지난 1월 이후 시장에선 인수전을 주도했던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끊임없이 잡음을 낳고 있는 부분이다. 김 회장이 인수 실패 직후 서둘러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그룹 내부에 "대우조선해양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보자"고 주문한 것도 이런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복심이 깔려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아무튼 한화는 인수 실패 이후 시장의 예상대로 이행보증금 반환 요구를 법정에서 공식화했다.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란 내부 법률적 결론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6월 대우조선의 매각 주체였던 산업은행과 캠코를 상대로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대법원 소속 서울조정센터)에 제출했다.
한화로서는 보증금 반환 조정 신청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다.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것은 한화에게 당연한 문제인데다 법적인 액션 없이 그냥 보증금을 포기하거나 어느 선의 합의를 할 경우 인수 실패에 따른 기업 신뢰도 추락과 함께 손실에 따른 책임공방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애초 한화 내부에서 산은에게 2조원이 넘는 돈을 차입한 상황을 고려해 법적인 해결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결책 모색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하지만 김 회장 등 한화 경영진이 보증금 소송을 하지 않을 경우 당연히 주주들로부터 책임추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법적인 해결 방안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주주들이 해당 기업 경영진에게 손실 부분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통상의 경우"라면서 "아마도 이런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화의 입장에서는 보증금 반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법적 수단을 전부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결국 한화는 최대 자금줄인 산업은행과 대립각을 세워가면서까지 보증금 반환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한화와 산업은행의 보증금 반환 조정 문제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지난 4일 법원에서 1차 조정이 열린 것. 이날 조정 심리에는 조정위원 4명과 한화그룹 변호인, 산업은행 변호인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양측의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 조정은 10월16일로 예정된 상태다. 하지만 법원 주변에서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화의 요구대로 조정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화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입장차가 큰 만큼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만약 이번 조정에서 별 소득이 없으면 이후 민사소송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어느 정도 선에서 물러설 상황이었다면 조정 신청에 나서지도 않았다는 게 그룹 내부의 전언이다.
다만 한화그룹은 3150억원의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내부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룹 내부에서 최대 50~60% 정도를 돌려받는 선에서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
한화그룹 관계자는 "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50% 정도 돌려받는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법원의 1차 조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빅딜 실패가 전적으로 한화 측에게 있는 만큼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피력한 것은 알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