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담보대출 규제강화 속 개인 신용대출도 한계 뚜렷
- 현장 체감경기 아직 겨울 대출확대 불능…속으로 끙끙
[뉴스핌=배규민 기자] “딱히 방향을 잡을 수가 없네요. 경기가 어떻게 갈지 여신정책여건이 어떻게 흐를지 관망만 하고 있어요”
하반기 여신 영업 전략을 묻는 말에 모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간부는 답답하다는 심사를 털어놓더니 기어이 한 숨마저 내쉬었다.
벌써 9월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영업 전략의 방향조차 잡지 못해서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대출을 마냥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최근 중소기업대출의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이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돈을 빌리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대출수요 증가 아직 미미, "대부분 어려운데 어떻게 늘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적어도 영업현장에서 느끼기엔 남의 나라 이야기란 게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런 형편에서 중소기업의 업황이나 자금 사정은 더욱 어려운 축에 속한다.
시중은행 한 지점장은 “상반기에는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보증서를 발급해 줘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우량 중소기업들도 신규 투자를 위해 자금을 빌리기 보다는 예비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 대출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
오히려 상환을 하고 있는 우량 중소기업이 많아 중소기업대출 확대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연말까지 약 1%대의 부실채권비율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의 질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경기에 대한 리스크 해소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늘리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아직은 관리 모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소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반고객이고 또한 정부와 맺은 양해각서(MOU)도 이행해야 한다”며 “중소기업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경우는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일부 자금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MOU 때문에 선뜻 늘릴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여신을 늘리게 되면 중소기업의 규모를 같이 늘려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18개의 국내은행들은 정부와 맺은 MOU 약정에 따라 총대출 증가액 대비 중소기업대출의 비율을 평균 50.4%까지 맞춰야 한다.
또한 리스크가 크지 않아 안정적인 여신 자산으로 분류되는 주택담보대출은 금융당국의 억제 정책으로 규모 확대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 '경기흐름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게 고작?
이렇다 보니 은행들의 구상은 우선 경기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 때 그 때 시기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출시한다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늘리고 적은 금액이라도 기업들의 운전 자금 위주로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그 이외에는 시장 상황에 맞게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주어진 여건은 은행들을 진퇴양난으로 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대출을 늘려 부실채권비율 처리 부담을 줄이고 싶어도 막상 여신을 늘리려니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주말 2006년과 2007년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높은데도 대출을 늘린데 이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을 크게 늘린 만큼 부실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올해 말 정부와 각 은행이 맺었던 대출확대 MOU가 종료된 뒤 선별적인 여신 회수나 신규대출 중단으로 대거 부실해지기 전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권고를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놨다.
그렇지만 총여신의 규모 확대 없이 부실채권을 다른 데 넘기거나(매각) 또는 떼인 돈이니 손실로 잡자(상각)는 방식으로만 부실채권을 털어 내서 건전성비율을 맞추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경기의 회복세가 더디거나 당국의 정책적인 변화가 없다면 대출 규모의 성장은 커녕 현재의 건전성마저 추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마저 제시되는 형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올해는 신규대출 등 우량자산으로 순이자마진(NIM)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다만 CD금리 상승에 따른 NIM 개선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자산의 대부분이 변동성 금리인 만큼 CD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 단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는 20일 현재 2.51%로 마감하며 2월 2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LIG투자증권 유상호 애널리스트는 “CD금리가 2.5%대 초반까지 상승하는 것은 은행 NIM 개선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하지만 빠른 속도로 더 오르게 되면 연체율의 증가 등 자산 건전성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